'천호동 상가건물' 붕괴 사태로 인부 2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과도한 구조 변경(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제2의 붕괴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구조 변경 공사는 보나 기둥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도 가능토록 돼 있어 자칫 과도한 공사로 이어질 경우 붕괴 위험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구조 변경 공사…건물 붕괴 추정"
지난 20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상가건물은 지어진 지 40년 가까이 된 4층짜리 건물에 3층을 더 얹어 증축한 건물이었다.
해당 건물은 사고 당시 1층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 뒷벽 전체가 3층부터 내려앉았다. 바로 '팬케이크 형 붕괴'로 이번 붕괴의 원인을 무리한 구조 변경 공사 과정에서 '비내력벽'의 기둥에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당국 관계자는 "건물 1층 외벽을 다 허물어 기둥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상태에서 인부들이 기둥을 건드려 무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건물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내력벽은 기둥을 건드려도 붕괴 위험성이 거의 없지만 이번 천호동 건물처럼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에는 건물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비내력벽에도 힘을 받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후 건물의 기둥을 해체할 때 반드시 전문가의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험한 줄 알아도 비용 탓에 안전진단 안 해"…'악순환' 반복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관련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특별한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일부 구조 변경 업체들이 있는 실정이다.
오강호 한국건설안전기술원 부원장은 "건축법에 따르면 지붕과 내벽 등을 변경하거나 철거할 때에는 구조기술사의 안전진단이나 관리를 받도록 하는 의무조항이 마련돼 있지만 제재할 만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소규모의 영세한 구조 변경 업체들은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구조물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며 "구조 변경 공사를 한다고 신고를 했더라도 실제로는 구조를 건드리는 공사를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조 변경 업계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안전진단을 받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약 20년간 구조 변경 업계에 종사해 온 박모(44)씨는 "대형 업체에서 하청을 받는 소형 업체들은 안전진단을 받게 되면 오히려 적자가 난다"며 "위험한 줄 알면서도 안전진단이나 안전장치를 제대로 못 갖추고 공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구조 변경 공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익은 고스란히 대형 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로 건축설계사 경력 33년째인 양모(58)씨는 이번 붕괴사고에 대해 "전문적 지식 없이 공사를 강행해 빚어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구조 변경 공사를 규제하면 오히려 영세한 업체들은 더 일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문 하나 바꾸는 구조 변경에 시간과 돈을 들여 안전진단을 받도록 하면 비용이 올라가게 되는데 소형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 들여야"
결국 무리한 구조 변경 공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관련 법규를 손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란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공사 현장마다 안전 책임자를 두도록 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규모 현장조차 책임자 없이 건설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크고 작은 공사 현장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돌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부원장도 "대형 건물은 자금력을 이용해 구조 기술사를 참여 시킬 수 있지만 소형 건물은 그렇지 않다"며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규모 구조 변경을 진행하더라도 책임 있는 기관의 안전진단을 받도록 하는 등 이번 사고 이후 구조 변경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조 변경 업체들 역시 수익성을 따지기 보다 안전 의식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안전 단체 관계자는 "안전 의식보다 경제적인 것을 우선하게 되면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업체들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의식이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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