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무리한 '기금사업 관리 지침' 소급적용으로 애꿎은 중소기업 피해 속출

이정우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5 15: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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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안내 없이 전담기관마다 중구난방식 제재 적용, 중소기업 99곳 피해
피해 중소기업 이의신청‧억울함 호소, 구제방안 등 신속 대책 마련 필요
변재일·양정숙 의원 "해당 기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 정식요구할 계획"
▲ 사진=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과기정통부가 한창 추진 중인 가운데, 기금사업을 대상으로 뒤늦게 제정된 '기금사업 협력체결 및 사업비 관리 등에 관한 지침'(이하 ‘기금사업 관리 지침’)을 무리하게 소급적용하면서 중소기업 99곳이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올해 3월 31일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을 이미 사업공고와 신청접수가 마감된 사업에까지 소급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미리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평가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감점 처리되면서 사업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 지원사업과 연구과제에만 의존하며 연명하는 일명 ‘좀비기업’을 퇴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본잠식에 해당된 기업은 정부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기금사업 관리지침' 제정에 착수하여 올해 3월 31일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현재 새롭게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이 적용되는 과기정통부 지원사업은 총 71개이며, 이중 15개 사업은 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인 올해 1월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의 전담기관을 통해 사업이 착수되어 사업공고와 신청접수가 마무리되고 선정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을 소급 적용할 경우 혼선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되었으나, 과기정통부와 전담기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지침을 소급적용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전담기관들은 사업을 공고하는 단계에서 제정 작업에 있는 지침을 적용할 것이라는 예고와 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제재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침 제정이 완료된 이후에 접수한 사업에 대해서도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기정통부의 무리한 지침 소급적용으로 중소기업 99곳에 피해가 발생했고, 이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신청한 37개사는 제안서를 제출하고도 평가 자체를 받지 못한 채 서류접수 단계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지원한 62개사는 평가는 받을 수 있었지만 참여 비율 만큼 감점 처리가 되면서 최종 4개사만 선정되었고 58개는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선정대상에 있던 15개 기업은 감점 처리로 인해 순위가 뒤바뀌거나 컷트라인 점수 이하로 밀려나면서 과제에서 모두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통신진흥기금 및 방송통신발전기금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하위 관리지침의 필요성을 지난 국정감사부터 지적해 온 변재일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과기정통부가 제정한 '기금사업 협약체결 및 사업비 관리 등에 관한 지침' 부칙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3월 31일 제정되어 시행된 본 지침의 부칙의 제3조 적용례를 보면 ‘1월1일 이후 체결된 협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적용에서 법률상 금지된 소급을 부칙에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4조 경과조치를 통해서는 ‘제3조에도 불구하고 이 지침 시행 전에 체결된 협약은 협약 체결 당시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해 상충되는 두 조항이 부칙에 나란히 들어가 있다.

변재일 의원은 “소급이 법에 적용되는 것은 소급의 공익이 월등히 큰 5.18 법 등에서나 논의되었던 것인데,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는 평가배제항목의 소급을 부칙에서 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서로 상충되어 포함될 수 없는 두 개의 부칙이 포함된 지침이 시행되면서, 전담기관마다 제재조항을 제각각 해석하면서 기금사업의 기준이 전담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제재가 이루어진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성을 무너트린 나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자본잠식에 해당하는 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평가대상으로 포함시켜 평가점수를 부여한 후 참여 비율 만큼 감점 처리한 반면,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자본잠식에 해당하는 기업만 평가에서 제외하고 해당 컨소시엄은 정상적으로 평가를 실시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중소기업들은 과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사업 참여를 위한 제안서 작업에 상당 기간을 허비하고, 제안서 작성을 위한 인력과 예산, 기타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몇몇 피해 중소기업은 해당 전담기관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전담기관원들은 제재받은 기업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를 예상해 여러 곳의 국내 유명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자문을 미리 받아 놓는 등 피해기업 구제에 적극 나서는 노력보다,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사진=무소속 양정숙 의원

양정숙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뒤늦게 제정된 지침을 사전준비와 원칙도 없이 무리하게 소급적용하면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일로 가뜩이나 경제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희망을 뺏앗고 고통만 가중 시킨 전형적인 무능 행정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한편, 변 의원과 양 의원은 “행정의 예측성을 저해하고, 행정의 기본원칙인 일관성을 무시한 행정행위를 일삼은 과기정통부 담당자 및 전담기관의 과실을 조사하기 위해 지침 제정 및 적용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국회 차원에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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