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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그러나 지금, 그 혈맹의 땅에서 충격적이고 굴욕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됐는데, 이 중 300여 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700조 원 투자 약속’을 내놓은 지 불과 보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700조 원 선물 보따리를 안긴 지 11일 만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이게 이재명식 실용 외교인가”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그것도 ‘제조업 동맹’의 상징처럼 떠받들어온 조지아 현장에서 한국인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은 그 상징성과 파장이 다르다”며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모두 실패한 것이 이재명 정부 외교의 민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된다면 이는 곧 국가적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는 또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물론 교민사회 전체가 불안 속에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단순한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 없다. 시점, 장소, 규모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미국에서 “실용 외교, 제조업 동맹”을 외친 지 보름 만에 벌어진 일이니 국민은 “외교가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용 억지 주장”이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외교·안보와 국민 안전은 초당적으로 지켜야 할 영역”이라며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가 외교 참사의 본질을 가리는 ‘물타기’로 비칠 뿐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여야 정쟁이 아니라, 억류된 한국인들을 어떻게 신속히 구제하고 재발을 막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장동혁 대표의 지적대로, 미국 내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자로 몰려 수백 명 단위로 잡혀간다면, 이는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브랜드 전체에 대한 경고음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해외 인력이 한국 기업에서 일하려 할지,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환경이 안전한지에 대해 불신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무대응은 치명적이다. 억류된 한국인에 대한 법적 지원과 외교적 조율은 기본이다. 동시에 미국 정부에 사건 발생의 경위와 의도를 명확히 따져야 한다. 왜 하필 그 시점, 그 장소, 그 규모였는가. 단순히 ‘이민법 집행’이라는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민이 느끼는 충격과 모멸감은 그 이상의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 외교’는 지금 냉엄한 현실 검증대에 올랐다. 국민은 실용 외교가 과연 실용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묻고 있다. 투자 약속의 화려한 수사 뒤에 국민이 수갑을 차고 억류되는 현실이 펼쳐졌다면, 그 외교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 참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피로 맺은 혈맹이라 믿어온 나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억류당하는 장면은 우리 외교의 취약성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다. 국민의힘의 지적처럼 이번 사태는 단순 사건이 아니라, 한미관계의 균열과 대한민국 외교 리스크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불신과 분노는 정치권 전체를 향할 것이다. 1950년, 미국의 청년들이 낯선 한반도에서 뜨거운 피를 흘려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 오늘날 미국 땅에서 무더기 억류라는 수모를 당하는 현실. 국민은 묻는다. 어쩌다 우리 대통령의 방문 보름만에 혈맹에게 이런 치욕을 이 나라 외교는 있기는 한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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