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찰의 빈손 수사에 날아간 '디도스 사건'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2-09 11: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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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씨 입만 처다 본 경찰, 이제 공은 검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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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을 수사해온 경찰이 8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 마디로 우물쭈물 하다 헛물만 캔 결과를 내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모 씨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선에서 그치게 됐다. 전국민적 의문사항이었던 배후가 누군인지와, 오고 간 자금의 규모 및 출처 등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 수사결과를 차분히 되돌아보면, 철저히 공씨의 입에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 씨는 범행에 연루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며 공 씨의 입만 쳐다봤다.

수사에 투입된 사이버수사팀과 특수수사팀 사이의 불협화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 씨는 10일 검찰 송치를 앞두고 선심쓰듯 자백하며 경찰의 체념을 살려줬다. 때문에 공 씨가 "윗선 개입이 없고 나의 단독범행"이라는 자백이 수사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경찰의 어설픈 수사는 박희태 국회의장실 의전비서 김모 씨에 대한 수사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정황상 김씨는 윗선이 누구인지 밝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김 씨한테 아무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도리어 김 씨가 공 씨에게 선관위 누리집 공격 계획을 전해 듣고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고 만류했다는 공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경찰의 이런 수사는 예초에 윗선을 밝히고자하는 의지 있었는지 의심스럽게까지 한다.

20대 후반의 말단 수행비서가 3·15 부정선거 이후 최악의 선거스캔들을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100% 신뢰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허점 투성이의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빈손'으로 사건을 9일 검찰로 송치했다.

이제 이번 사건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헛발질하던 경찰의 지난 과오를 씻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눈치보기로 끝나버릴지 검찰의 수사의지와 능력을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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