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 해상경계 실패' 정경두 국방장관 대국민 사과…"경계실패·허위보고·은폐행위 엄중 문책"

김용환 / 기사승인 : 2019-06-21 1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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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경계작전 실태 꼼꼼하게 점검하고 기강 재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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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있다.


[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지시로 긴급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동해 해안·해상 경계 및 작전부대를 대상으로 경계실패를 비롯해 허위보고 및 은폐행위 여부 등 3대 핵심쟁점을 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소형 목선이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은 크게 군의 경계실패로 요약된다. 여기에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의 발표 내용이 시간이 갈수록 달라졌는데, 이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있었는지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은 20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하여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을 '경계실패'로 규정했다.


동해 육상 부대에는 해안 감시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가 배치되어 있고, 해군 함정이 해상에서 작전 활동을 펼치고 공중에서는 P-3C 해상초계기가 바다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3중 감시망에도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접안했고, 타고 있던 주민 4명 중 2명이 내려 휴대전화까지 빌려 달라고 현지 주민에게 말을 걸기까지 군의 감시망이 제구실을 못 했다.


북한 선박이 해군 작전구역에서 57시간가량을 헤집고 다녔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뿐더러 감시망에 세 차례나 포착됐는데도 구별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 요원들은 첫 번째 포착했으나 '파도에 의한 반사파'로 오인했다. 이어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 1초간 2회 포착했으나, 남쪽 어선으로 착각해 또 식별하지 못했다.


또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의 오락가락한 설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허위 또는 은폐·축소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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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합참은 지난 17일 첫 발표를 통해 군의 자체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틀이 지난 19일 합동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경계작전 실태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과오나 미비점이 발견됐다"면서"조사 진행 과정에서 지휘 책임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책이) 있어야겠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라고 번복했다.


군 당국은 지난 15일 해경으로부터 발견장소를 '삼척항 방파제', 최초 신고자를 '민간인'으로 각각 전달받고도 언론에 설명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군이 이번 사건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군은 북한 목선이 '표류했다'고 설명했다가 나중에 기관을 가동해 삼척항으로 들어왔다고 또 말을 바꿨다. 해안 감시레이더로 최초 포착했을 때 해상의 파고(1.5∼2m)가 선박 높이(1.3m)보다 높았고 해류 속도로 떠내려가서 의심 선박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상 상황에 밝은 전문가들은 해상의 파고가 2m 안팎이면 의심 선박을 식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실제 해상의 파고가 0.4∼0.9m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북한 목선은 남쪽 어선들과 달리 야밤에는 전등을 켜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군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정경두 장관은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동해안 경계작전 업무 수행의 사실관계 규명에 착수했다.


합동조사단 요원들은 국방부 관계자, 작전·정보 분야 군 전문가, 국방부조사본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합동조사 대상은 합참,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해상경계 작전 관련 부대이다. 이들 부대를 대상으로 1주일가량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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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번째)와 참석한 의원들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안보의원총회에서 '남북 군사합의 폐기, 해양경계 실패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장관 즉각사퇴'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강경한 비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 장관 해임조치와 국회 국정조사에서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안보의원총회를 열고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사과할 엄중한 사안이다. 정 장관은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사퇴하고, 모든 사태 책임을 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며 "이와 함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안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경계에 실패한 군 당국이 북한 어선 발견경위를 놓고 거짓브리핑을 반복하며 국민을 속인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국방부장관을 즉시 해임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관계자 전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는 "북한과의 평화 모드, 화해 모드도 좋지만 우리 군의 해이 모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명백한 군의 경계 실패"라며 "4년간 160조원, 매년 국가 전체 예산의 10분의 1가량을 모두 국방에 투입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 천문학적인 돈은 모두 어디에 쓰고 있는지 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안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대화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고 나라의 안보태세를 철저히 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 장관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채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만 해서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이 사과 한마디 없이 부하들만 질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부하들을 질책하기 전에 먼저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 장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지만,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은 채 385자 분량의 짧은 사과문만 낭독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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