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급전이 필요한 개인들의 신용대출 건수가 치솟고 있다. 국내 5대 주요 은행이 개인에게 제공한 신용대출 규모가 지난달에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은행권 측의 발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집계한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232억원이다. 전달 말보다 2조8374억원 늘어 거의 3조원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주요 은행 개인신용대출은 지난 3월부터 전달보다 2조2000억원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4월에 증가액이 5000억원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5월에는 1조원, 6월에는 2조8000억원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작년 말과 비교했을 경우 차주들이 주요 은행에서 받은 대출액이 반년 동안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번 대출이 실행되면 변화가 늦게 나타나는 편이지만,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경기 및 금리에 따른 반응을 빠르게 나타낸다.
증가한 요인으로는 올 들어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문턱이 다소 낮아진 것이 꼽히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개인들의 수요가 더욱 늘었다는 것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을 기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2.72∼3.28%로 집계됐다. 작년 말의 연 3.27∼3.83%보다 0.55%포인트 내린 수치이다.
이에 더해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황에 있는 신용대출에 자금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중 은행들은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상품에 대해 한도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비 올 때 우산 뺏기'로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전면적인 조정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서도 대출이 몰려 있는 상품들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것이 시사된다.
이미 신한은행은 지난 4월경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리스크심의위원회를 개회해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한도를 조정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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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풍선효과가 지속적으로 커질 경우 향후 한도나 금리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규제 등으로 인해 주택자금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현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451조4558억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전달 말보다 8461억원 증가한 규모이다.
지난 3월 그 전달 말보다 4조6000억원 증가한 이후 4월 증가액 규모 4조5000억원, 5월에는 1조8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주요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54조3885억원으로 추산된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월에 3월에 비해 5조1000억원 급증한 데 이어 5월에는 3조6000억원, 6월에도 3조원가량 증가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여파로 신용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면서 개인·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들이 신용대출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강도 높은 부동산대출의 규제 강화가 그 동안 높았던 주택담보대출의 수요를 신용대출로 이전시키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들어 주택담보대출 액수가 줄고 신용대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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