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4일 경찰이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가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정보기술업체 대표 강모씨에게 1억원을 거낸 사실을 뒤늦게 밝히면서 지난 10월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원순닷컴)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착수금 1000만원, 성과금 9000만원?
재·보선 6일 전인 지난 10월20일,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전비서였던 김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 피해자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씨에게 1000만원을 건냈다.
김씨가 보낸 뭉칫돈은 11일 후인 10월31일 공씨의 계좌에서 디도스 공격을 벌인 IT업체 대표 강씨를 거쳐 법인 계좌로 넘어갔다. 이 업체는 지난 3일 강씨와 함께 구속된 김모씨, 황모씨와 이후 공씨의 친구 차모씨가 일하는 회사다.
이어 선거일로부터 보름께가 지난 11월11일 김씨는 9000만원을 다시 이 업체 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때문에 1000만원은 착수금, 나머지 9000만원은 디도스 공격 성과금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경찰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을 품고 김씨가 임의제출한 계좌내역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개인 간의 돈거래"라는 당사자 진술을 뒤엎을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에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 벤츠 타는 데 1000만원이 없다고?
박 의장의 전 비서 김씨는 경찰 진술에서 "아는 후배가 돈이 필요하다며 이자를 잘 쳐준다기에 (1000만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 1000만원은 자신의 회사 직원을 거쳐 건내받았고, 강씨는 여기에 200만원을 보태 직원 7명의 급여로 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강씨는 벤츠 중에서도 최고가인 S600 차량을 리스해 몰고다니며, 서울 삼성동 집의 1년치 월세 3900만원도 일시에 낼 만큼 재력이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직원 급여를 줄 돈이 없어 1000만원을 빌렸다는 진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강씨는 1000만원이 없어 쩔쩔매는 와중에도 친구이자 직원인 황씨와 필리핀으로 출국해 일주일간 머물렀다. 그는 올해만 직원들과 함께 러시아, 호주 등지로 출장을 겸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강씨가 운영하는 IT업체 법인계좌에 직접 입금된 9000만원은 강씨를 통해 11월12일 이 회사 임원이자 공씨의 친구인 차씨에게로 흘러들어갔다. 강씨와 차씨는 이 돈의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이는 강씨가 박 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에게 뭉치돈을 빌려 차씨의 인터넷 도박 '판돈'을 댔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1000만원도 없어 김씨에게 돈을 빌렸던 강씨가 11월 중·하순 두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김씨에게 갚았다는 대목도 의문이다. 억대의 돈을 갑자기 구한 점과 결론적으로 차씨가 쓴 9000만원을 대신 강씨가 갚은 점도 석연치 않다.
# 30세 비서관이 9000만원을 어디서?
'윗선' 개입 의혹의 중심에는 30세 비서관인 김씨가 빌려줬다는 9000만원의 출처다. 김씨는 "집을 줄여 이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세금이 남게 돼 여윳돈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살던 서울 성수동 집의 전세가 3억2000만원이고 결혼해서 옮긴 경기 고양시 일산 집의 전세가 1억5000만원이었다. 통상 결혼하면 집을 늘리는 것에 비교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또 의원 비서 경력뿐인 그가 어떻게 3억원이 넘는 전셋집에 살고 있었는지도 의심쩍다. 이부분과 관련해 검찰은 김씨가 차명계좌를 썼는지, 현금을 전달한 것은 아닌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자금 출처에 따라 '윗선' 개입 여부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경남 진주로 엮인 인간관계
범행에 가담한 모두 경남 진주 출신이라는 점과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가 진주라는 점 등 이들 모두 경남 진주라는 지역적 연고를 공유하고 있다. 최 의원실 운전비서 출신인 김씨는 국회의장실로 자리를 옮긴 뒤 자신의 자리에 공씨를 천거했다. 차씨와 공씨는 이미 진주에서 최 의원을 도와 도의원 선거운동 당시 함께 수행한 바 있다. 김씨·공씨·차씨 모두 고교 동문이다.
또한 동향인 강씨는 공씨를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사람"이라며 신뢰하고 따랐다. 공씨 역시 자신을 최 의원의 비서자리에 천거한 김씨를 '형님'으로 모시고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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