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4인 4색' 맨유날개, 최적의 조합은?

심재희 / 기사승인 : 2011-09-16 14: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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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나니-영-발렌시아,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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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유럽의 빅 리그 빅 클럽들은 베스트 11이 베스트 11이 아니다. 한 시즌 동안 많게는 50경기 이상을 치러내는 강행군을 11명만으로 버텨낼 수 없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된다. 박지성이 속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 가운데 하나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포지션 별로 여러 선수들을 돌려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다. 맨유의 포지션 경쟁은 실제 경기만큼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박지성이 포진되는 날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 맨유의 날개 경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른바 '4인 4색' 맨유날개의 경쟁구도와 최적의 조합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1 '호날두의 재림' 루이스 나니

나니는 포르투갈 대표팀 선배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많이 닮아 있다. 나니의 롤 모델이 호날두이기에 플레이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다. 우선 공격 지향적이다. 측면에 배치되지만 중앙으로 꺾고 들어와 과감한 슈팅으로 골을 노리는 모습을 많이 내비친다. 탁월한 보디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스피드 또한 수준급이다. 놀라운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를 내면서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타입이다. 고전적인 윙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윙포워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아직 파괴력 면에서는 호날두에 뒤처지지만, 서서히 발전하면서 호날두의 모습을 닮아 나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나니가 맹활약을 펼치면 어김없이 '호날두의 재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맨유의 날개 가운데 공겨 파괴력이 가장 높은 선수는 역시 나니다.

#2 '다목적 병기' 애쉴리 영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영은 팔방미인이다. 기본적으로 좌측과 우측 윙을 다 소화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킥 능력이다. 정교한 크로스는 기본이고 날카로운 슈팅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거기에 수준급 돌파 능력과 프리킥 능력 또한 대단하다. 영은 처진 스트라이커로서도 존재가치를 빛내 왔다.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최전방 공격수를 편안하게 만들 줄 알고, 영리한 2선 침투로 직접 골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측면공격, 중앙공격, 그리고 프리킥 공격상황에서 모두 영은 상대를 위협하는 선수다. 적어도 공격 쪽에서만 본다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다목적 병기다. 공격 전술의 활용도가 매우 높고 역습 전개 시에 스피드를 발휘할 줄 안다는 사실도 영의 가치를 높여주는 대목이다.

#3 '클래식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

발렌시아는 전형적인 윙어다. 스타일로 따진다면 '클래식 윙어'라 할 수 있다. 측면 돌파를 주로 시도하기에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날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다하는 성실파다. 힘을 바탕으로 우측면을 치고 들어가는 발렌시아의 모습은 다소 투박하지만 기복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날개 플레이에 이은 크로스로 중앙의 공격수들에게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또한 그는 클래식 윙어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력 겸비'의 모습도 확실히 갖추고 있다.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언제나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평균 이상의 날갯짓을 펄럭이기에 퍼거슨 감독의 신뢰가 대단하다.

#4 '센트럴 윙어' 박지성

박지성은 '디펜딩 윙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윙어는 공격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라는 기존 상식을 깨뜨리면서 맨유에서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았다. 공격 임무를 소화하면서도 무한한 활동량으로 수비가담을 해주면서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잘 해왔다. 지난 시즌부터 박지성은 '센트럴 파크'로서 명성을 떨쳤다. 측면에 기본 배치되지만 중앙 쪽에서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때로는 중앙공격으로 상대의 허점을 찌르면서 맨유 전술의 탄력성을 더욱 배가시켰다. 반대쪽 날개와의 스위칭 플레이를 뛰어 넘어, 날개 및 중앙 미드필더와 원활하게 자리를 바꾸면서 상대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디펜딩 윙어' 박지성이 '센트럴 윙어'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5 조합 1 - 나니 & 영

퍼거슨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나니와 영을 날개조합으로 내세웠다. 결론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나니가 두 골을 몰아치면서 대 역전승의 수훈갑이 됐고, 영은 날카로운 프리킥과 저돌적인 돌파로 맨유 공격에 에너지를 보탰다. 하지만 내용적인 부분을 돌아보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상대 날개 다비드 실바의 움직임을 두 선수 모두 사전 봉쇄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나니 & 영 조합은 맨유가 초반 공격적인 모습으로 승기를 잡으려할 때와 공격에 온 힘을 기울일 때 등 '공격 앞으로'의 상황에서 활용될 공산이 크다.

#6 조합 2 - '나니 or 영' & 발렌시아

나니와 영이 동시에 날개로 투입되는 것은 수비력 저하의 우려를 낳는다. 그렇다면 수비력까지 겸비한 발렌시아를 오른쪽에 배치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나니의 폭발력과 영의 다양함 가운데 하나를 공격루트로 넣고, 발렌시아의 공수 균형을 묶는 조합이다. 실제로 맨유는 지난 시즌까지 나니 & 발렌시아 조합으로 괜찮은 경기력을 많이 보여 왔다. 나니가 공격일변도적인 모습으로 골 사냥에 나서고, 발렌시아는 공수 중심을 50-50 정도로 가져가면서 밸런스를 잘 맞춰줬다. 상대 좌측 날개의 공격력이 강하다면, 퍼거슨 감독이 '나니 or 영' & 발렌시아 카드를 머릿속에 그릴 가능성이 짙다.

#7 조합 3 - 박지성 & '나니 or 영'

'강팀 킬러' 박지성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는 조합이다. 우선, 맨유가 정공법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될 때와 전술적인 탄력성을 높이면서 상대를 제압하려 할 때 이 조합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 쪽까지 에너지를 높여줄 수 있는 선수다. 최근에는 공격에서도 굵직한 한방을 터뜨려주고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존재가 이래저래 '의외성'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박지성이 맨유 전술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키를 잡고, 나니나 영이 측면에서 공격력을 상승시키는 그림이다. 실제로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50-50 정도의 확률로 예상되는 경기에 박지성을 선발로 많이 내세웠다. 올 시즌에도 맨유 전술의 믿을맨인 박지성과 공격재능이 탁월한 '나니 or 영'의 날개조합이 큰 경기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8 조합 4 - 박지성 & 발렌시아

맨유는 수비를 두껍게 하지만 빠른 역습과 세밀한 패스워크로 공격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을 줄 아는 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선발 날개조합으로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재능이 없지는 않지만, 골 결정력과 개인기 등에서 수준급 윙어보다 2%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지성 & 발렌시아 조합의 숨은 가치를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맨유가 힘들게 리드를 지키고 있을 때와 승점 관리에 나서야 할 때 등의 상황에서 팀 플레이에 능한 두 선수가 더해진 날개조합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또한, 맨유가 열세가 예상되는 경기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점유율에서 밀리지 않고자 할 때 박지성 & 발렌시아 카드가 의외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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