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김숙 국가정보원 1차장(현 주유엔대사)이 2009년 3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침묵했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주한 미대사관의 서울발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 대사는 국정원 1차장 취임 직후인 2009년 3월31일 스티븐스 대사와의 오찬에서 한국인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다수 한국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 참가하지 말고,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처럼 정책문제에 대해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한 명이 북한의 정치적 입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parroting) 바람에, 전체적인 상황이 매우 성가시게 됐다”고 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첫째는 한국이 예전의 친북적 정책 경도에서 벗어나 국가정체성을 되찾는 것이고 둘째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북한 간에 상호 신뢰를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스 대사가 작성자로 돼 있는 이 전문에는 김 차장이 북한 관련 정보를 미국 측에 알려주는 정황도 상세히 드러나 있다.
김 차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직원을 구금하고 미국인 기자 등을 체포한 것은 미사일 발사 후 여론전에 쓰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것’ ”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김정일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는 것 같다”며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 ‘섭정’을 할 인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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