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섹스어필, 푸틴의 이상한 대선 운동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16 12:05:51
  • -
  • +
  • 인쇄
소련해체 후 20년 만에 전체주의 정치로 회귀했다"

푸틴.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58) 러시아 총리가 내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젊은 여성들을 동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00~2008년 대통령을 연임한 뒤 3선(選)을 금한 헌법에 따라 총리로 물러났지만 개헌(改憲)을 통해 장기집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런데 그가 군·정계의 부패와 경기침체, 소수민족 갈등 같은 문제를 해결할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딸뻘의 여성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젊고 강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러시아 정치가 기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푸틴을 위해서라면 옷쯤이야

지난달 21일 모스크바 국립대 앞에서 '나, 푸틴 정말 좋아'란 단체 소속의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국산 자동차를 탄 시민들에게 무료 세차를 해줬다. 푸틴의 국내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튿날 푸시킨 광장에선 '푸틴의 군대'란 또 다른 여성 팬클럽이 질세라 '푸틴을 위해 옷을 찢자'란 행사를 열고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찢어 가슴을 드러냈다. '푸틴의 여자'란 그룹은 "당신의 코니(푸틴의 애완견)가 되고 싶어"란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이런 푸틴 팬클럽은 지난 10월 모스크바 국립대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속옷 차림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푸틴의 생일에 선물하면서 시작돼 최근 대선 출마설과 함께 본격화됐다. 그러나 소득원이 확실치 않은 젊은 여성들이 아이패드를 행사 경품으로 걸거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관제(官製) 성격이 짙다고 텔레그래프 등 영·미언론은 분석한다.

푸틴 총리 자신도 힘을 과시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맨손으로 프라이팬을 구부리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낸 채 말을 타거나 스킨스쿠버를 하며 힘자랑을 한다. 이에 대선 경쟁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46)도 이달 초 뒤늦게 미녀 군단 '메드베데프 걸스'를 띄웠다.

◆극우 청년단체도 활개

미국 포린폴리시(FP)는 "이러한 성(性)의 상품화는 러시아가 소련 해체 20년 만에 다시 전체주의적 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푸틴은 대통령 재임시부터 일종의 정권 홍위병인 '내시(Nashi)' '함께 걷기' '젊은 호위대' 등의 청소년·청년 단체들을 후원해 반미(反美) 감정과 이민자·소수민족 혐오를 퍼뜨리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공공연히 위협했는데, 지금 '비키니 부대'는 이런 조직의 여성 별동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도 15일 '파시스트 러시아'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최근 러시아 청년 사이에서 극우주의와 신(新)나치주의가 기승을 부려 모스크바에서만 20개의 스킨헤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며 그 배후로 'KGB(구소련 비밀경찰) 출신' 푸틴을 지목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