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정선 칼럼니스트 |
[소정선/칼럼] 19대 대선 출마후보들의 언론관련 정책을 집중 조명한 미디어 전문 일간지의 최신호 기사 제목이다. 과거 이명박근혜정권 10년간 정치권에 의한 ‘언론파괴’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여서 보수정당 후보조차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힘주어 제목을 뽑은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진보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 후보보다도 언론문제에서는 합리적이고 문제 본질을 꿰뚫고 있다.
‘언론탄압 진상조사 및 해직자 문제 해결’을 찬성한 유승민 후보는 “여야 추천 공영방송 쟁점 조사위원회, 언론 쟁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점들이 발견되면 청문회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는 선명한 방안을 내놓았다.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 유후보는 “공영방송의 가치와 의무에 우선 점을 둔 전문 경영인이 아닌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강조하고 공영방송 이사회에 관해서도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 방지를 위해 여야 이사추천 비율을 조정하고자 하는 그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방송, 언론 혹은 미디어 문제에 관한한 이미 정당 간 대통합이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향후 공영방송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상업방송은? 공영이 아닌 사영 지상파방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둘 것인가?
지난 2일 벌어진 SBS의 보도참사는 우리나라 상업지상파방송의 행태와 관련된 문제점은 물론 해결 방안을 암시해 준다. 결론부터 밝히면 우리의 현실에서 상업공중파방송은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인다.
적절한 통제책이 없는 한 오히려 상업지상파는 언론의 본질을 훼손하는 암적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도내용과 사건의 여파 등을 살펴보자.
SBS는 지난 2일 ‘SBS 8시 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나선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특정후보와 손잡고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내용이다. 이 후 논란이 일자 S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3일 오전 사과했다.
해당 뉴스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이 한 발언을 인용해 세월호의 인양이 고의적으로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부처의 이익을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늦춰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화면제목에 아예 ‘거래’라는 단어를 못박았다. 인용된 해수부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도 직후 즉각 반발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공보담당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개입 시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세월호 인양이 문 후보 측과 관련된 것처럼 보도한 SBS의 무책임한 태도에 강력히 항의하며 해수부 일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 개입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기술적 문제로 인양이 늦춰지긴 했지만 차기 정권과의 거래 등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인양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긴박한 대선 상황. 상대후보들은 보도 참사를 호재로 이용한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SBS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3일 오전 3시35분 경에는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관련 보도 해명’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냈다. SBS는 “일부 내용에 오해가 있어 해명한다”며 “해수부가 문 후보의 눈치를 보고 인양을 일부러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기사 내용과 정반대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후보 측과 해수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나 약속이 있었다는 의혹은 취재한 바도 없고 보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기사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해가 빚어지게 된 점 사과한다”고 밝혔다.
SBS 뉴스본부장은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데스크가 뉴스를 검증하는 과정)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 해명했다. 내용과 사실에는 문제가 없는데 편집과정 ‘실수’였다는 해명이다.
언론계는 SBS의 이번 뉴스참사를 ‘초등학생에게 첨단 무기를 쥐어준 결과가 빚은 상식이하의 어처구니 없는 기사조작’으로 규정한다.
우선 기사의 내용 전개과정에서 핵심주제와 관련된 논리적 연결이 전혀 없다. SBS는 해수부의 인양지연을 비판하려고 했다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인터뷰 내용은 ‘그동안 청와대 등이 해부수에게 빨리 인양토록 하라고 채근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적거리는 자세를 취했고 하부 행정관서로서는 주제넘게 나서서 빨리 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와 같은 내용이 나와야 상식이다.
인양지연을 문후보와 연결시키는 것은 초등학생이 봐고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야 빨리 인양되는 것이 정치적인 입장에서도 오히려 유리하다. 그런데 지연을 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고 특정후보를 비난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방송사측은 편집과정에서 거르지 않아 생긴문제라고 변명하지만 누가봐고 의도성이 보이는 특정후보를 흡집내기위한 ‘기사조작’으로 비춰진다. 특히 3일부터는 여론조사 발표도 되지 않는 깜깜이 선거기간으로 언론의 일거수 일투족이 중요한 시점에 SBS는 그 진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SBS의 고의적 기사조작의 또 다른 증거는 노조의 성명서이다. 성명서는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과 인터뷰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 제목도 <’인양 고의 지연 의혹’..다음 달 본격조사>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경됐다. 기사 가운데는 해당 공무원의 음성을 빌어 문재인 대선 후보 측과 해수부가 조직 확대에 관한 약속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대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의 확인 결과, 해당 취재원은 해수부 소속은 맞으나 세월호 인양 일정수립에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었다.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신뢰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중간 편집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다분히 의도성을 가지고 기사가 조작된 것이다.
한 언론인은 “당초 보도문장만 봐도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취재원도 모호해 취재 및 문장작성의 a.b.c가 안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조성명을 보니 그 느낌 그대로 이다. 보도윤리상 이렇게 중대한 비판기사에는 당사자에게 답변의 기회를 줘야하는데 그것마저 없다. 윤리적으로 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구분, 사실전모에 대한 정확한 취재, 익명남용 등 많은 조항을 어겼고 법적으로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위나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건으로 본다”고 단정했다.
일부 양심적 언론인은 해당기사의 기자정신도 문제 삼는다 “ 취재기자는 무릇 자기가 올린 내용과 편집이 다르게 되면 항의해서 수정하는게 당연하다. 이 기자는 문제가 되니까 자기는 처음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고 책임 회피한다” 고 기자의 무책임한 직업정신도 지적했다.
방송사측의 해명도 적반하장이란 지적이다.
“일부 내용에 오해가 있어 해명한다”는 문장의 경우, ‘오해’는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란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잘못된 것은 시청자가 잘못 읽은 것’ 이라는 시청자에게 문제를 팔밀이하는 파렴치한 행위로 볼 수도 있다. 해명서는 또 “해수부가 문 후보의 눈치를 보고 인양을 일부러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기사 내용과 정반대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면제목에 마져 ‘거래’라는 단어를 못박아 놓고 ‘정반대 잘못된 주장’이라 하는 것은 최소한의 보도윤리도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SBS는 방송의 본질, 뉴스의 취재와 핵심을 전혀 모른채 방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는 이 사건 이전에도 잘못된 보도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SBS 는 그동안 ▲미니스커트 논란 ▲가슴 노출 논란 ▲루저 논란 ▲양배추 김치 논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워터마크 송출 사건 등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지른 사건을 저지른 바 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선정성이나 무책임한 편파보도 등 공영방송이라면 있을 수 없는 보도 참사가 빚어진 것은 SBS가 통제할 수 없는 상업지상파방송이기 때문이다. 상업지상파방송은 사주 등 자본과 광고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과연 지상파에 상업방송이 필요한지 이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상업지상파 방송 존폐. 이제 대선 후 언론계는 또 하나의 숙제를 부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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