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양-칼럼] 무엇이 그리 고마울까?....세월호 참사와 문재인

조기양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7-03-13 14: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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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너희들이 천만 촛불의 혼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무엇이 그리 고마울까?....세월호 참사와 문재인
문 "너희들이 천만 촛불의 혼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칼럼] 지난 10일 박근혜 탄핵이 결정된 날, 문재인이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사회 안전 시스템의 고장으로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정치 지도자가 위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문재인은 유독 자신에게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연관 짓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온 국민을 비탄의 늪으로 몰아넣고 눈물로 밤을 지새게 했던 세월호 사고 발생은 2014년 4월 16일.... 문재인이 앞장서 진상규명을 외치며 세월호 유가족과 통한을 나눈 것은 국회의원 15명을 선출하는 7월 30일 재보궐 선거를 앞 둔 때였다.


2015년 4월 29일에 역시 4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었는데 문재인은 그에 앞서 4월 16일 비를 맞아가며 세월호 1주기 행사에 참석해 유족과 아픔을 나누었다. 선거 당일에는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을 찾아 진상규명을 다짐했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단식까지 감행했던 문재인이었지만 별다른 정치적 이벤트가 없던 2016년 봄에는 세월호 2주기 기념식에조차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는 시점에서 문재인이 출마를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다시 찾은 것이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눈에 띄는 건 팽목항 방명록에 그가 쓴 글이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이 천만 촛불의 혼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미사여구를 동원해 영령들을 촛불광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견강부회가 아닐까 싶지만 최근 시국이 그러하니 넘어간다 치자. 그런데 “고맙다”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고맙다’는 누군가의 호의나 선행으로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 쓰는 말이다. 세월호에서 숨 진이들이 문재인을 돕기 위해 희생했다는 말인가? 촛불 시위로 쟁취한 박근혜 탄핵으로 자신이 곧 대통령자리에 오르게 됐으니 그 점이 고맙다는 말인가?


난 여태껏 세월호 희생자 앞에서 가슴 에이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만 보았지
고맙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본 일이 없다.


나는 묻고 싶다. “장의업자라 하더라도 고인 앞에서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이어린 희생자들 영정 앞에서 고맙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미국에게 NO라고 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고맙다고 말할 자리를 가리는 것부터 배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 [기고=언론인 조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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