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황당한 청문회 위증 교사 의혹 사건,
국정농단도 모자라 국회와 국민 마저 농단하나
[이정우-칼럼]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생방송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의혹’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렸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후폭풍은 겉잡을 수 없다. 국정농단도 모자라 국회와 국민을 조롱하는 너무도 위중한 사건인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의 회사 케이스포츠 재단 소속이었던, 증인 박헌영과 이른바 ‘짜고치는’ 청문회를 벌였다는 의혹이 고영태 증인에 의해 제기되었다.
고영태 증인이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만희 의원-박헌영 증인 간 입 맞춘 질의응답이 벌어질 것을 예측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이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씨가 아닌)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내용을 고씨가 청문회 이틀전에 폭로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틀 뒤인 15일 최순실 청문회에서 태블릿 PC의 소유자를 놓고 고영태가 예측한대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이만희 의원은 실제로 이같이 질문했고 박헌영 전 과장은 "태블릿을 고영태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 오라고 시켰다"고 답했다.
이만희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이 "지금 이 순간까지 박헌영 증인을 만나거나 전화통화조차 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영태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혀야 할 청문위원인 현직 국회의원이 청문회에서 증인에게 위증교사를 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의원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너무도 황당하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내부자’에서 조국일보 논설주간이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사설로 쓰는 장면이 나온다. 관람객들은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고 탄식을 하며 언론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 했을 것이다.
영화같은 일이, 그것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국민이 보는 생방송 현장에서 벌어졌다. 비록 그것이 의혹이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국정농단의 진실을 파헤치는 국정조사 청문회의 본질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엄중하다.
한 언론사의 취재를 통해 발견된 태블릿 PC는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드러낸 핵심적인 열쇠로, 태블릿 PC의 입수경위와 누가 실 소유자였는지가 내내 쟁점이 되어 왔다. 때문에 고영태 증인-이만희 의원-박헌영 의원 간 엇갈리는 증언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고영태 증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의 마수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만희 의원과 증인 고영태, 박헌영은 오는 22일로 예정되어 있는 5차 청문회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위증교사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특검은 당장 이만희 의원에게 제기된 위증교사혐의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를 착수해 모든 사실을 명백하게 밝혀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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