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해운사들, 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공정위, 과징금 962억원 부과

정민수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8 12: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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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2018년 12월 총 541차례 회합
한∼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
▲ 사진=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제공/HMM]

 

국내외 해운사들이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의 해상운임을 담합해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12개 국적선사, 11개 외국적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이 2003년 12월∼2018년 12월 총 541차례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했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론이다.

이들의 담합을 도운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천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이 2003년 10월 한∼동남아, 한∼중, 한∼일 3개 항로에서 동시에 운임을 인상하기로 교감하면서 담합이 시작됐다.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들 간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도 가담했다.

이들은 최저 기본 운임, 부대 운임의 도입과 인상, 대형 화주에 대한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로의 화물은 빼앗지 않기로 하고, 자신들이 정한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했다.

이들은 세부 항로별로 주간 선사·차석 선사를 정하거나 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합의 위반을 감시했다.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총 6억3천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 대외적으로는 '개별 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리며 담합 사실을 숨겼다. 의심을 피하려고 운임 인상 금액은 1천원, 시행일은 2∼3일씩 차이를 뒀다.
 

▲ 사진=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제공/연합뉴스]

공정위가 확보한 2017년 3월 16일 당시 선사 영업팀장 단체 채팅방에서 동정협 관계자는 화주 측 신고가 들어왔다는 해수부 연락을 받았다며 '운임회복은 철저히 개별선사 차원의 생존을 위해 시행한 것으로 대응해달라'고 요구했고, 일부 선사들은 화주에 대한 '보복'을 거론하기도 했다.

해운법은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23개 선사의 행위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결론 내렸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로 인정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협의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부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를 해수부에 했고, 이 안에 공정위가 문제 삼는 120차례의 운임 합의 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별도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개의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고, 18차례 신고에 120차례 합의가 포함된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선사들이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애초 공정위 심사관은 최대 8천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10분의 1수준인 총 962억원만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수부 국장이 직접 참고인으로 심판정에 출석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줬고, 관계부처 의견을 주의 깊게 청취할 수 있었다"며 "조치 수준을 결정하면서 산업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는 담합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해 수입 항로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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