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軍) 면제자들의 ‘멸공’ 놀이에 ‘한숨’만 나와 [미디어공헌 신훈]

신훈 행정학 박사 / 기사승인 : 2022-01-11 1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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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갈등 줄여 지정학적 리스크 제거하고 번영의 국가로 나아가야
-‘색깔론’ 남남갈등 증폭시키는 것은 자살골 행위와 다름없어

▲사진=신훈 행정학 박사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SNS ‘멸공’ 메시지가 정치권의 이슈가 됐다. 탈냉전, 다극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이지만,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 부회장의 메시지에 답을 하면서 ‘멸공’ 챌린지가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진태 국회의원 등도 동참하고 있단다.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에는 이마트에서 ‘여수멸치’와 ‘약콩’을 산 것이 올라왔고,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첫머리를 이으면 ‘달파멸콩’(달파멸공)이다. 달파는 문파(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파멸시키자는 뜻이고, 멸콩(멸공)은 공산주의자를 멸하자는 뜻이란다. 게다가 여수멸치는 여순사건 당시 좌익 진압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특정지역에 대한 비아냥이 함의돼 있다고 한다. 가관이다. ‘멸공’ 챌린지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물론이고, 원희룡 정책본부장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존중받아야 할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지지를 ‘파멸’의 대상으로, 해방정국 당시 민간인이 다수 희생됐던 여순사건의 아픈 역사를 ‘멸콩’으로, 희화화한 것이 진정 윤석열 후보의 내심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윤 후보의 이런 행동은 일부 보수 정치인의 행태를 넘어 제1야당 대선 후보의 행태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멸공’이라는 기치에는 남남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야권의 ‘집토끼’를 소구하기 위한 전략이 숨겨져 있겠지만, 이는 되레 북한의 소위 ‘대남적화전략’을 도와주는 꼴이다. 

 

논리적 모순은 그렇다 치더라도 ‘달파멸공’은 특정 정파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의 태도이지,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다. 남북갈등을 줄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거하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번영의 국가로 나아가야 할 판에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자살골 행위와 다름없을 뿐이다. 

 

극우주의자들이 선호하는 공산주의 ‘색깔론’은 지난해 10월에도 제기됐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음식점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줄이기 위한 ‘음식점 허가 총량제 필요성’ 발언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아지니 경쟁을 완화시켜보자는 정책 아젠다를 ‘색깔론’으로 묻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남과 북은 휴전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멸공’은 현실의 국제사회에서 남과 북이 분할되어 배타적 관할권을 갖고 있는 국제관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평화’ 대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과거 보수정권 때인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역시 남과 북의 상호주의를 인정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탈 이념적 실용주의를 행동규범으로 채택했었다. 

 

신년 벽두부터 이념 싸움을 부추기고, 남과 북의 신뢰 구축과 대북관계의 유연성을 고려하지 않는 대선 후보라면 국민은 ‘안보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팬데믹 상황에서 전무후무의 고통을 받고 있다. 청년들은 기회의 총량 부재로 취업의 좁은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민생을 챙겨야 할 시점에 재벌기업인의 SNS 게시글에 지역감정마저 부추기는 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대선 후보의 행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은 군 복무를 면제 받았다고 하니, 병역의 의무를 필한 국민으로서 그저 할 말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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