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스타벅스 매장 한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빼놓은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출처=연합뉴스] |
2.5단계의 위력은 강했다. 모두들 코로나가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경제 붕괴로 먼저 무너질지 모른다며 한숨소리가 깊다.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수도권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는 해당되지 않는다.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 이후 야간 영업이 제한된다. 식당, 호프집, 패스트푸드점, 빵집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실내 체육시설은 아예 중단된다. 헬스장, 골프연습장, 당구장, 배드민턴장, 볼링장, 수영장, 무도장, 스쿼시장, 에어로빅장, 탁구장, 필라테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2.5 거리두기’의 첫날은 푸념과 한숨으로 가득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가야지, 정말 이러다 죽겠어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주는 30일 능숙한 솜씨로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만들어 주면서 이같이 말했다.
2000가구 대단지 아파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던 이곳은 이날부터 '2.5 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내점 고객은 받을 수 없게 돼 텅 빈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손님이 앉지 못하도록 매장 내 의자와 테이블은 벽 쪽으로 멀찍이 치워 놓았다.
때마침 노(老)신사 하나가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오늘은 매장 내에서 드실 수 없다"는 점원의 말에 손님은 이내 발길을 돌려 나갔다.
이곳 점주는 "저분은 매일 우리 가게를 찾아와 '녹차 라테'를 시켜주는 단골손님"이라며 "아무리 배달시키면 된다고 해도 요즘 배달원이 너무 귀해져 최소 1시간은 걸린다. 한여름에 1시간 지나 다 녹은 음료를 누가 다시 찾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내려지자 영세 외식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24시간 중식당은 그렇지 않아도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를 우려해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했다.
이곳 직원은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낮 배달 주문이 많아져 매출이 더 줄지는 않았다"면서도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주요 커피전문점 본사들도 이날부터 손길이 바빠졌다. 정부 지침에 따라 손님 응대 방식이 바뀜에 따라 매장 구조를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아예 매장 내 고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QR코드 점검 등을 하는 안내(컨시어지) 직원을 두기로 했다. 또 점심시간 등 혼잡시간대에 긴 줄이 생길 것을 대비해 매장 내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으로 치웠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2층 이상으로 된 매장은 1층만 열고 2∼3층은 닫았다"며 "고객이 줄을 설 때도 일정 간격을 유지하도록 바닥에 1∼2m 간격으로 테이프로 표시를 해 놓았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업계는 통상 포장 매출을 40∼50%, 매장 내 취식 매출을 50∼60%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매출의 절반이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포장(테이크아웃)이 보편화된 음료 메뉴 외에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책임지는 케이크·샐러드 등 푸드 메뉴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수도권 헬스장도 직격탄
서울 등 수도권 지역 헬스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헬스장은 이번 조치로 다음 달 6일까지 휴관한다는 사실을 회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공지했다.
헬스장 측은 "8일 동안 휴관할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모두 힘을 합해 이른 시일 내 회복해 정상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휴업 기간 만큼 회원 등록 기간을 자동으로 연장해 주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에서 19년째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 관장은 "올해 2월부터 월매출이 작년 대비 2000만원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성수기인 7∼8월에는 신규 고객이 거의 없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운영 중단까지 하게 돼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지인도 전날 나와 전화를 하다 울먹이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희망을 잃었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야 한다는 생각에 정부 지침을 잘 따르고 있지만, 속마음은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 수도권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3단계 격상이라는 극약 처방 밖에 없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방역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봉쇄 직전의 강경책이라고 말한다. 다음 수순은 완전 봉쇄가 오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코로나19 이상으로 큰 아픔이 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한숨만 깊어져 가고 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