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의 횡포 대한항공, 계속되는 거짓말 어디까지 가나?

고재열 / 기사승인 : 2014-12-15 17: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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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조현아 전 부사장 위해 직원들을 직업정신도 없는 이들로 전락시킨 대한항공” 우롱.JPG

[데일리매거진=고재열 기자] '땅콩회항'으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항공 측이 그동안 내놓은 해명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음주 직후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뉴욕발 인청행 KE086편 항공기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사무장과의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아 부사장이 항공기 사무장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항공기를 램프리턴 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항공기는 원래 출발시간에서 20여 분이나 지연됐으며, 항공기에서 내린 사무장은 국제적 미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무장은 그 다음날 대한항공 항공기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이 일로 항공기를 리턴시킨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서 명백한 월권행위라는 질책이 터져나왔다. 항공기에 대한 모든 권한은 기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부사장이 임원이라는 이유로 긴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항공기를 램프리턴 시켰기 때문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한항공 측에서는 다급하게 사과문과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해명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비행기에서 중도에 내린 사무장에 대해 "규정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과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임원으로서 문제제기 및 지적은 당여한"일이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을 두둔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이 사건의 원인은 항공기에 타고 있던 직원들이며 "앞으로 승무원 교육에 더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이 과한 측면은 없지 않으나 임원으로서는 당연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 감싸기 위해서 직원들을 메뉴얼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직업 정신이 매우 부족한 사람들로 전락시켰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해명에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지난 9일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퇴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문제가 된 대한항공 부사장 직함 등기이사 지위는 유지하되 기내식기반사업본부장 등의 직책에서만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는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으며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라며 비난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조현아 부사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조직에 누가 되지 않게 등기이사직과 부사장 지위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본사에서 '항공기 램프리턴' 사건에 대해 "아버지로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부사장 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에 출석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하면서 '땅콩리턴'과 관련된 조사가 진행됐다.

◆ 甲의 횡포 대한항공 “어디까지 우롱할 셈인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에 출두하면서 두 가지 사항이 쟁점이 됐다. 항공기를 회항하는 시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조 전 부사장이 말하는 질책의 과정에서 폭력과 폭언 등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다.

앞서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 측은 '램프리턴' 당시 폭력이나 폭언 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램프리턴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측에 따르면 항공기에서 사무장을 내리는 과정에서 조현아 부사장이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야 이 XX야, 빨리 기장한테 연락해서 후진하고 너 내려'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지난 6일 도착한 직원들에게 밤 늦게까지 거짓진술과 경위서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건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을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카카오톡을 임의로 검열하는 등 사생활 침해를 자행했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41) 사무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박 사무장은 "조현아 부사장으로부터 당시 폭언은 물론 폭행을 당했고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참여연대 측 조사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박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을 제공하려했던 여승무원을 질책하고 있어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내가 사무장으로부터 용서를 구했는데도 조 전 부사장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 모서리로 나의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를 냈다"고 증언했다.

이어 "나와 여승무원을 무릎 꿇린 상태로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 겪어보지 않는 분은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거의 매일 집으로 찾아와 '사무장인 자신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고, 자신 스스로 비행기에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도록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조 전 부사장과 뻔뻔한 대한항공의 행동은 한 이십년 가까이 대한항공에 근무하던 직원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마저 우롱하는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 측은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 탑승하기 전 '음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또 이러한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대한항공 조종사들 익명 게시판의 글을 지워달라는 뻔뻔한 요구를 하면서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한항공의 주장과는 다르게 조 전 부사장에 국토부 조사에서 기내 탑승 전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인들과 함께 와인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와인 한두 잔 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기내에서 벌인 행동으로 미뤄볼 때 단순히 한두 잔 에 그친 것인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6일부터 지금까지 대한항공은 단 한 차례도 국민과 직원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시종일관 거짓말과 변명 그리고 직원에게 잘못을 떠넘기며 조 전 부사장의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사건의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 역시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대답하는 등 사건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의무가 있는 항공사가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직원들에게 외압을 가했기 때문이다. 또 승객의 편의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함에도 임원진의 월권을 우선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대한항공은 사건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전가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을 무시하고 당연하게 월권을 행사하는 임원진들의 횡포는 단순히 대한항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전형적인 갑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기에 더 씁쓸해진다. [출처=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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