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정욱(서울 노원병) 의원이 1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해 초·재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홍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47.4%의 득표율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를 꺾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초선의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4년은 제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제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며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영예로운 봉사는 공직이란 꿈이었다. 4년 전 저는 여러분의 선택에 힘입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홍 의원은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간 합의처리를 촉구하면서 물리적 충돌시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당시 본회의에 불참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1일 뉴시스와 가진 통화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표결이 진행될 경우, 21명의 비폭력을 선언한 분들의 해석과 소신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드시 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며 만일 지키지 못할 시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지난 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 일각에서 거론된 자신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탈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었다.
그는 또 "쇄신의 기반은 자기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며 "명분이 없어서 그동안 혼자 고민했다. 스스로 당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서 거취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초유의 사건까지 벌어진 것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당내 중진 의원이 아닌 소장파 의원 가운데 불출마를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다른 소장파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19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10·26 재보선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성난 민심이 확인된 만큼 여야 모두 공천개혁 등 쇄신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장 출신임에도 부산 신공항 문제,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등 왕성한 정치활동을 했으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8월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이 어려울 때 백의종군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제 19대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보진영 정치인으로서 경남 창원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권 의원은 진보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의 의미로 불출마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원 의원은 지난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백의종군을 위한 진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19대 총선 불출마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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