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끝판대왕' 오승환(29)이 삼성 라이온즈의 아시아시리즈 우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예상치 못한 이른 등판과 연속안타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마지막에는 역시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29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아시리즈'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에서 삼성이 5-1로 앞선 8회 무사 1,2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승리를 지켰다.
8회 권혁(28)이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국제무대 결승전에서 누가 올라와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불펜에는 오승환과 정인욱이 몸을 풀고 있었다. 8회 무사이기 때문에 정인욱이 1이닝 정도 막아줄 수도 있었으나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바로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승환은 평소 9회에 주로 등판을 했으나 마지막 경기인 만큼 8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오승환은 '돌부처'라는 별명 그대로 표정의 변화 없이 투구했다. 하지만 오승환의 직구가 대만의 퉁이 라이온즈에 등판했던 것보다는 빠르지 않았다. 시속 140km 후반의 강속구였으나 150km를 넘지 않았다. 여기에 제구력이 완벽하지 못했다. 포수의 사인과는 다소 차이가 났고 결국 우치카와 세이이치에게 안타를 내줘 만루위기로 몰리는 등 2실점(비자책) 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소프트뱅크 타자들은 오승환의 직구를 충분히 대비한 것으로 보여졌다. 모든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으로 타석에 들어서서 오승환을 괴롭혔다. 특히 우치카와는 오승환의 직구를 계속해서 커트한 끝에 안타를 뽑아냈다.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오승환은 4번 마쓰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이 틈에 1실점. 이어 하세가와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추가실점했다. 바깥쪽으로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아카시에게 1루수 내야안타를 허용해 다시 1,2루가 됐다. 이어 후쿠다를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승계주자 없이 9회말 등판한 오승환은 끝판대장의 본색을 드러냈다. 선두 이마미야에게 슬라이더를 2개 섞어 던지며 4구 만에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호소카와 역시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가와사키를 초구에 2루 땅볼로 잡아내며 5-3 승리를 확정지었다.
오승환은 흔들렸던 8회에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로 정공법을 택했다. 정교한 일본 타자들이 직구를 때려내면서 위기를 맞았다. 9회에 들어 변화를 준 것이 적중했다. 평소에 잘 던지지 않은 슬라이더로 일본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9회에 삼진 두 개를 잡았을 때는 변화구의 비중이 많았다. 직구를 노리고 있던 일본 타자들이 속을 수밖에 없는 볼배합이었다.
오승환으로선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결승전이었다. 퉁이전과는 달리 직구 하나만으로는 승부가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오승환은 "일본타자들은 나 같은 스타일보다 맞혀 잡는 투수가 상대하기 더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승부를 걸만한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2년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만약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면 이번 대회가 큰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변화구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기란 쉽지 않지만 '돌직구' 만큼 위력적인 변화구 한 개만 장착한다면 해외 어느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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