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지난 28일 서울대 측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맡고 있던 또 다른 보직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원장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갑작스런 사임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치권 입문을 위한 '수순 밟기'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과연 '정치인 안철수'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있지만 안 원장의 선택 가능한 행보들을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봤다.
# 18대 대통령 후보 안철수?
현재 실현 가능한 야권의 대선주자 그룹은 크게 손학규 당대표,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부 주자와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을 필두로한 친노 진영 그리고 안철수 원장이다.
현재 민주당과 야권은 물밑에서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문 이사장이 이끄는 '혁신과 통합' 간의 통합은 어느 정도 밑그림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그 최전방에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민주당 손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을 잇따라 만나 민주당과 '야권'이 5대5의 지분으로 야권통합에 참여하되 정파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단 민주당은 긍정적이다. 다만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등 군소야당이 참여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들의 지분을 일정부분 남겨두고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연대하는 밑그림은 양측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민주당 내부 주자와 문재인·김두관·유시민 등 외부 세력이 대권을 놓고 벌이는 야권의 '대권 플레이오프 1차전'이 불가피하다. 이어 야권은 그 여세를 몰아 안 원장과 야권통합 대권주자를 놓고 '대권 플레이오프 2차전'을 벌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 경우 '정치인 안철수'로의 변신에 손사래를 쳤던 안 원장의 그간의 행보와 상충되며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0·26 재보선에서도 확인했듯 안 원장의 지지층은 기존 정치를 경멸하며 뚜렷한 이념적 성향없이 사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20~40대 무당파여서 안 원장의 지지기반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
# 불가근불가원, '정치인' 안철수의 딜레마 해법은?
정치를 가까이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안 원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안철수 역할론'이 제기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야권은 어떤 식으로든 대권후보를 배출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야권의 대선 후보가 여권의 '넘버 원'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만큼의 '그릇'이 되느냐가 문제다. 만일 문재인·손학규·정동영·정세균·유시민·김두관 등 야권의 대선주자가 20~40대의 무당파는 물론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만큼 지리멸렬하다면 야권은 물론 젊은층과 무당파는 '안철수 역할론'을 제기할 것이 자명하다. 이럴 경우 안 원장은 지지층의 거부감없이 무혈입성으로 '정치인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안 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킹메이커'로서 '제2의 박원순'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확실한 야권 통합 대권주자를 적당한 시기에 지지하고 자신은 계속해서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 경우 안 원장은 지지층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박원순 시장과의 '아름다운 양보' 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정가에서 안 원장의 파괴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다만 이 두 경우 모두 박원순 시장처럼 안 원장과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의사에서 벤쳐기업인으로 다시 교수로. 끝없는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가 불과 3개월 만에 정가를 뒤흔드는 태풍이 됐다. 매번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성공을 거뒀던 안철수 원장이 정치라는 새로운 도전의 장에서 또다시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을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