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송승준(31)이 지긋지긋했던 '가을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송승준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볼넷을 3개 내줬지만 삼진을 6개 잡아내며 에이스의 위력을 맘껏 뽐냈다. 팀이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4년 연속 10승을 넘어선 송승준은 유독 포스트시즌만 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승리는 커녕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도 없었다.
2007년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팀 롯데와 인연을 맺은 송승준은 이듬해 12승7패를 거둬 하위권에 멤돌던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두둑한 배짱과 책임감을 확인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그를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송승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⅔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면서 7개의 안타를 얻어 맞고 6점이나 내줬다. 에이스를 내놓고 1차전을 대패한 롯데는 3전 전패로 그해 가을야구에서 자취를 감췄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2009년과 2010년에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9년에는 1⅓이닝 6피안타 7실점(6자책)으로 치욕적인 성적을 남겼다.
매년 10승 이상씩을 책임졌던 송승준의 한국 무대 가을야구 성적은 고작 3패. 평균자책점은 15.88이나 된다.
후배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던 송승준은 4년 만에 기어코 일을 해냈다.
이날 송승준은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각도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앞세워 SK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1회초 3번 타자 최정을 시작으로 이호준, 박정권, 안치용 등 중심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선 제압을 확실히 했다.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송승준은 4회와 6회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호준, 정근우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6회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간 박재상을 견제사로 잡아내고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투구수가 많아진 7회 무사 주자 1,2루에 몰린 송승준은 103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가뜩이나 사직구장 징크스로 심기가 불편했던 3만여 관중들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에이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송승준은 "지난 3년 동안 가을잔치에서 부진해 얼굴도 못들고 다닐 정도로 창피하고 괴로웠다"며 "이것이 약이 됐다. 마운드에서 순간순간마다 3년 동안 점수를 줬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래서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무기인 포크볼에 대해 그는 "시즌과 느낌이 달랐다. 잘 떨어졌다. SK 타자들이 포크볼을 노리고 있는 것을 알고 높이를 조절하면서 던졌는데 거기서 범타가 많이 나왔다"고 만족해 했다.
뉴시스 제공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