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 - ′심야병원′ 한국식 미드 개척할까, 매우 색다른 극

MBC TV 토요드라마 '심야병원'이 15일 밤 12시20분에 첫 방송된다.

아내를 잃은 외과의사 '허준'(윤태영)이 범인을 잡기 위해 심야병원을 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병원을 찾아오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들이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아내를 숨지게 한 범인을 찾는 것이 삶의 목표가 돼 버린 윤태영(37)은 낮에는 격투기 선수, 밤에는 외과의사로 살아간다. 범인이 건장하다는 단서는 그를 격투기 선수로, 신상 노출을 꺼리는 범인이 심야에 병원에 오리라는 예상은 그를 심야병원으로 이끌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물들의 사사로운 감점이 아닌 살인사건을 둘러싼 단서와 추리로 전개된다.

권성찬 PD는 13일 "심야병원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아내의 살인범을 쫓는 의사와 간이식을 꼭 받아야 하는 보스, 다른 병원에서 쫓겨난 여의사, 낮에는 병원을 갈 수 없는 비밀환자들 등 대부분 각자의 패를 숨기고 서로에게 수를 쓰면서 포커게임하듯 플레이하는 게 재미"라며 "비밀이 드러나면서 서로 뒤바뀌는 관계와 반전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며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간 이식이 필요한 조폭 보스 '구동만'(최정우)에게는 간 이식수술의 1인자 윤태영이 필요하고, 윤태영은 아내를 살해한 범인의 단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최정우(54)가 필요하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오월동주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만큼 메디컬 휴머니티에 무게가 실린다. 1~2회를 연출한 권 PD는 "일반적인 드라마 타임이 아니라 애초 드라마를 기획할 때부터 무난한 드라마로 가서는 각인되기 어렵겠다, 밤 12시 넘어서 방송한다면 그 시간에 적합한 드라마를 해야한다고 판단했다"며 "메디컬이지만 (따뜻했던 드라마에서 방향을 바꿔) 각과 무게가 있는 드라마로 바뀌었다. 나락을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하고자 달려나가면서 부딪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생의 쓴맛을 본 인물들의 삶의 무게가 극에 중량감을 더한다. 아내를 잃은 윤태영 뿐 아니라 악의 축인 조폭도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구동만의 보디가드인 깡패 '윤상호'(유연석)은 가장 친구를 죽게 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동방파 넘버2 '최광국'(김희원)은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주인공인 이식외과 3년차 '홍나경'(류현경)도 마찬가지다. 우유부단함으로 환자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국 이 드라마의 목적지는 트라우마의 극복이다. "과거 사건 때문에 과거에 얽매여서 현재를 제대로 못 누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과거에 발목 잡힌 인물들이 어떻게 그걸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 권 PD의 풀이다.

목표는 주 1회 편성이 보편화된 일본드라마와 미국드라마의 장점을 한국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드, 미드 모두 주 1회 방송되고 회차가 길게 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런 드라마들은 사적 멜로보다 공적 영역과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인물간 관계를 밀도 깊게 그리면서도 사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큰줄기뿐만 아니라 제작 시스템도 여느 연속극, 미니시리즈와는 차이가 있다. 메인 작가와 메인 연출자가 있기는 하지만 5명의 작가와 PD가 공동연출하는 방식이다. 작가와 PD가 한 명씩 짝을 이뤄 2회씩 '심야병원'을 만든다.

자칫 극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다. 그러나 권 PD는 "밀도 있게 연속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5명의 연출가와 작가가 만들지만 심야병원의 원안을 기획한 이현주씨가 메인 작가로 내가 메인 연출을 맡았다. 전체적인 것은 나와 그 작가가, 나머지 개별적인 것은 각 작가가 자기 색을 입히면서도 전체적인 톤을 깨뜨리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2회까지 마치고 3~4회 분량을 촬영하고 있는 윤태영은 "2회씩 나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드라마를 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며 "이전부터 제작진끼리 소통을 오래 했기 때문에 삐걱거리고 어긋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안심시켰다.

'심야병원'은 15일부터 10주간 방송된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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