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천선희 기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현직 검사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박진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국정 농단 파문을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이 글에서 “검찰의 칼로써 잘못된 정치,관료 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 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개인적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행위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런 사람이 수년간 여러 공직자를 통해 국정 농단을 자행하면서도, 언론 보도 이전까지 전혀 견제되지 않은 채 더 깊숙이 곪아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우리 정치 풍토에 상당히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정부, 대학 등 여러 분야에서 몇몇 분들은 심각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외면하거나 타협·용인하고 나아가 부정에 편승해 자신의 안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져 더 힘이 빠진다"며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는데도 이런 사태가 방치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또 "어느 정권이든 비선 실세가 존재한다지만 이번처럼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대통령의 전적 신임을 받아 자신과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 및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부당한 혜택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비선 실세가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상당 부분 후퇴시켰다"며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가진 것 없이 순수한 젊은이들과 어렵게 삶을 극복해나가는 서민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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