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노림수는 무엇일까? 백신 인도 주장도 나와

최용민 / 기사승인 : 2021-01-06 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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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동결된 자금으로 백신 구매 요청한 이란...원유대금 70억불

미국도 승인한 상황이나 환전 과정 재동결 우려해 주춤

백신 공동 구매 ‘코백스’ 입금하려면 달러로 환전해야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찍은 영상 캡처[출처=FARS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유조선 나포가 일파만파 중동의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 함대가 긴급하게 파견을 나가는 중에 한국의 청해부대도 현지로 떠났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이란의 백신 구매설이 흘러나와 관심을 모은다.

 

이란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원유대금 70억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코백스에 입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인도적 거래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이 같은 자금 활용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이란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고 했고 이를 위한 대금을 한국 원화자금으로 납부하는 것을 놓고 미국 재무부와 저희가 다방면의 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요구와 선박 나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될지 문제가 해결되면 선박이 풀려나올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승인을 받았고, 특별승인에 따라 코백스 퍼실리티에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로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선입금을 내면 이후 개발이 완료되는 백신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란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자금을 백신 대금으로 코백스 측에 입금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이에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백신 대금에 대해 제재 예외를 받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국내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란 측에 제시했으나, 아직 이란 측 답변을 듣지는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화로 예치된 자금을 코백스에 송금하려면 먼저 미국 은행에서 달러화로 환전해야하는데 이때 자금이 다시 동결될 가능성을 이란 측은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송금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꾸면 미국 은행으로 돈이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혹시 이 돈을 어떻게 할지 하는 우려 때문에 이란 측이 결정을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동결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3(현지시간) 이란 ILNA통신에 "2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을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사용 방안을 논의했다"라며 "코로나19 백신 등 상품을 사는 데 이 자금을 소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아직 이 거래 또는 동결자금 해제에 대한 실질적 행동은 없다"라면서도 "양국이 동결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란의 탄하이 회장은 "최우선으로 이란의 동결자금은 백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라며 "이란 보건부가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출처=연합뉴스

 

백신으로 해결하면 양국 모두에 유리...정권 교체기 미국의 선택이 문제

 

백신 외교가 이루어지려면 미국이 승인해 줘야 한다. 달러로 바꾸어도 이란 자금을 동결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버티는 한 쉽지 않다. 바이든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 달러(76000억원)가 동결돼 있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이란과 직접 외화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상계 방식의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핵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란 정부는 그간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 왔다.

다만, 선박 나포와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선박 억류와 원화 대금을 연계해서 협상하자는 의도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란 측에서는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1차적 대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오만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이던 한국 케미호가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한 상황은 우리 정부를 향한 석유 수출 대금 반환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외교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란 정부는 지난 7월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반환하라고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독단으로 이런 짓을 벌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련한 이란 외교진들이 앞뒤 상황을 재보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여기에 미국과의 핵협정 난항 등 돌발 변수도 적지 않아 아직은 해결 난망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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