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 - <한미FTA 비준> 산업별 득실은…자동차 ′맑음′ 제약·농업 ′먹구름′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22일 말많고 탈많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한나라당의 기습 처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사실상 관세 없는 자유무역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업종별로 한·미 FTA 비준에 따라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주로는 단연 자동차 분야다. 2015년까지 미국 측관세 2.5%가 유지돼 당장 급격한 수출·판매 증대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지만, 양측 전 차종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2016년부터는 가격경쟁력과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업계 모임인 자동차 공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1500만대 규모의 거대한 미국 시장을 선점해 국산차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것"이라며 환영했다.

자동차업계는 대미 자동차 수출의 36%를 차지하는 부품 관세(2.5~4%)가 내년부터 없어지는 데 대해서도 크게 기대했다. 협회는 "수출 증가에 따라 3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5000여 중소부품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 국내 수입되는 미국산차 값은 대략 12%정도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차'는 말그대로 미국에서 제조된 차란 뜻으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가 미국에서 만든 차 역시 FTA 혜택을 보게 된다. 이미 상당수의 일본차가 '메이드 인 USA'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시작한 상태다.

자동차업계가 FTA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제약업계는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가운데 예멘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받아들인 '허가-특허 연계제도'때문이다.

이 조항이 발효되면 그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바탕으로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만들어 왔던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침해소송이 제기 되는 즉시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값비싼 오리지널 약을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정부 추산으로도 비준안 발효 이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하고,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는 457억~797억원에 달한다.

다만 보건의료서비스 시장은 포괄적으로 개방하지 않고 현행 규제 수준을 유지하기로 해 당장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미국산 체리와 오렌지 등 농산물과 쇠고기 등 육류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물밀듯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체리와 레몬, 건포도, 아몬드 등이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체리는 500g에 1만원 수준인데, 관세 24%가 철폐되면 8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칠레와 유럽산에 밀려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도 10~15%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방송시장은 중소 채널사용사업자(PP)와 독립제작사를 중심으로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비준안에 따르면 PP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49%까지로 제한했지만, 국내법인을 통한 간접투자의 경우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에 100%까지 허용했다.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자체 제작 비중이 크지 않은 중소PP들이 월트디즈니나 타임워너 등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에 비해 통신시장은 한미 FTA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국내법과 동일하게 49%로 제한됐고, 유선과 무선 통신시장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은 간접투자 완화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주력 수출분야인 전자·정보통신(IT) 분야도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핵심부품소재, 방송통신장비 등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급처가 미국으로 다변화할 경우 제조업계의 원가 경쟁력 제고와 함께 대일 무역적자 개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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