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류샹 "로블레스와 친구 사이인데 안타깝다"

전성진 / 기사승인 : 2011-08-30 12: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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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탄환' 류샹(28·중국)이 비디오 판독 끝에 라이벌이자 친구인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를 따돌렸다. 우승은 아니었지만 맞수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류샹은 로블레스, 제이슨 리차드슨(25·미국)에 이어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끝이 깔끔하지 않았다.

류샹은 마지막 허들 2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경합하던 로블레스와 가벼운 팔 접촉이 생겼고 리듬을 잃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비디오 판독 끝에 5번 레인에서 달리던 로블레스가 6번 레인의 류샹을 팔로 밀어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단, 실격 처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류샹은 "손이 스쳤지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어쨌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처음인데 그 순간 균형을 잃은 것 같다"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밖에서는 로블레스와 친한 친구 사이다. 나는 매우 즐겁게 경쟁하는 것이 좋은데 오늘은 아쉽다"고 말했다.

로블레스에게 실격 소식을 전한 것은 다름 아닌 류샹이었다. 류샹은 도핑실에서 대기하던 중 텔레비전을 통해 로블레스의 실격을 알았다. 곧장 로블레스에게 알렸고 로블레스는 놀랐다. 류샹은 "이번 대회는 한 대회 일뿐이다.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류샹의 처세였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오늘같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재경기를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좋느냐'는 질문에 류샹은 "모든 것은 바꿀 수 없다. 재경기를 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공평하지 않다. 즐거운 게임이다. 나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류샹은 또 "오늘 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만족한다. 경기는 항상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끝까지 달려봐야 한다. 그래서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운동 선수로서 항상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류샹은 2007년 오사카대회에서 12초95의 당시 세계기록을 세우면서 우뚝 섰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홈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기권하며 대륙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긴 슬럼프에 빠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샹은 "베이징올림픽은 과거이기 때문에 이미 잊었다. 오늘 은메달을 딴 것도 벌써 잊었다"고 말했다.

로블레스는 류샹이 아파서 100% 컨디션이 아닐 때 류샹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정상을 빼앗은 인물이다.

이날 선수들이 엉킨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다. 실격이라는 변수로 은메달을 받은 류샹과 금메달에서 노메달이 된 로블레스가 다음에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류샹은 "'친구야, 안녕'이라고 말할 것이다"고 말했다.

2% 아쉽지만 남자 110m 강자의 면모를 회복한 류샹은 대회가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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