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헨리 키신저(94) 전 국무장관 [제공/연합뉴스]
[데일리매거진=서태영 기자]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94) 전 국무장관과 조지 슐츠(97)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72)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원로 인사들이 25일(현지시간) 북핵 문제를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규정, 커지는 핵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핵확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상원 군사위원회가 이날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이들 3인을 증인으로 채택, 현 정세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청취한 자리에서다.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적 평화와 안보에서 가장 당면한 도전은 북한에 의한 것"이라며 '핵 도미노'에 대한 우려를 표한 뒤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들로의 핵무기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재임한 슐츠 전 국무장관도 핵무기 확산이 '전 세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진단하고 "레이건 대통령은 핵무기가 비도덕적인 것으로 생각했고, 우리는 핵무기 감축을 위한 많은 성과를 얻어냈다"며 "나는 사람들이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을 상실한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다른 방향, 즉 핵확산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가질수록 어디선가 핵무기가 터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며, 더 많은 핵분열성 물질이 널려있을수록 무기를 만들기도 그만큼 쉬워진다. 진전된 기술이 빠른 속도로 퍼지면 안보적 도전이 더 커지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핵무기 확산이 일어나게 되면 중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며 "중국과 건설적 방향으로 이 문제를 협력해 나간다면 얻어내는 게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워싱턴이 북한 위협을 다루는데 늦었다는 고언도 잇따랐다.
키신저 전 장관은 "평양이 핵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을 성취한 이후에서야 이러한 활동을 좌절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제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결과가 되돌리기 힘들게 되기 직전의 상태까지 왔다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하는데 일부 효과를 발휘했지만 증가하는 핵무기를 멈추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정권 유지를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를 획득한 만큼, 그걸 포기하는 건 자살행위와 마찬가지"라면서 교착상태를 보여온 북핵 6자 회담의 재개나 미·중 간 별도 채널 가동 등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좋은 경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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