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초점] '법꾸라지' 우병우 영장 또 기각…'봐주기 수사' 논란 재점화

김영훈 / 기사승인 : 2017-04-12 17: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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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檢 향해 일제히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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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데일리매거진=김영훈 기자] 법원이 1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을 상대로 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두 번째다.


구속 영장이 기각된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2시50분께 여유있는 표정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왔다.


'영장이 기각된 것은 본인이 청렴해서냐. 검찰 의지가 없어서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우 전 수석은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민정수석으로서 할 일만 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특검이 시작되면 1년 더 수사받을 수도 있는데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문이 이어지자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고생하셨다"고 답한 후 준비된 차량을 타고 서둘러 귀가했다.


앞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 국정농단 사건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게 우 전 수석 혐의의 요지다.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공무원 부당 인사에 개입하고 대한체육회 감찰을 추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우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영장기각이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 우 전 수석 영장 기각 판결한 권순호 부장판사에 '비난봇물'


법원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또 다시 기각하면서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권순호(47)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날 권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우 전 수석이 구속을 받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두 번째 구속영장이 또 다시 기각되자 많은 누리꾼들은 우 전 수석의 기각 영장심리를 맡았던 권순호 판사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누리꾼들은 "권순호 판사는 창피한 줄 알아라", "감싸고 도는 게 눈에 보인다" 등 권 부장판사를 향한 비난 댓글들을 달고 있다.


권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번이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비선진료' 방조와 차명폰 제공 등의 혐의를 받은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의 구속 여부를 심사해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 우 전 수석 영장 기각…檢, 부실수사 의혹 제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다시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를 중심으로 '우병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우 전 수석 관련 혐의를 조사했고 이달 6일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한 뒤 9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과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을 방조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로서 지시에 따른 정상적 민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해온 우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또한 특검과 검찰이 "최순실을 모른다"는 우 전 수석 주장을 뒤엎을만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것도 영장 기각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애초 지난해 윤갑근 고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 당시부터 수사가 미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특검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뒤 보강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수사한 개인 비리 관련 사건과 특검에서 들여다본 사건 등을 포함해 범죄 혐의가 있다는 부분을 다 모아서 구속영장에 반영했다"며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며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마지막으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 '법꾸라지' 우 전 수석 영장 기각…대선주자들, 檢 향해 일제히 비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검찰을 비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 "법원의 결정이 아쉽다. 국민들은 법 상식을 외면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의지에 커다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일이 애초에 우려한대로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서 초래된 것이다. 국정농단 사익부패 권력에 대한 심판은 이제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동아일보 이코노미 서미트 축사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부실하게 청구한 것 아니냐는 여러 의혹 있다. 책임지고 검찰총장이 사퇴해야 한다" 며 "매우 실망스럽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고 검찰 수사도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행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법원에서 판단하는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고, 수사를 제대로 했으면 영장이 기각될 리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도 경북 영천 공설시장에 기자들과 만나 "법원과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이 의지가 있다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새로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는 문제다.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가 아닌 영장 재청구를 위한 노력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측도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우병우 라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죄를 묻고자 하는 의지가 있긴 하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영장 청구는 했지만, 검찰은 제대로 된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당연히 적용해야할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며 "정의당은 국민들과 함께 공수처 설치, 우병우 특검등 적극적인 검찰 개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화당 신동욱 총재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우 전 수석의 기각 소식에 대해 야권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신동욱 총재는 "특검의 수사 불신만 키운 꼴"이라고 검찰을 비꼬면서 "박근혜 대통령 존경한다고 입으로 떠들지 말고 서울구치소 철문을 손잡고 나와야지. 호위무사가 주군 죽이고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꼴이다"라고 언짢아했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줄 요약하면 돈받은 거 없고 그만하면 깨끗했다는 거"라며 "솔직히 그냥 기분 나쁘니까 혼 좀 나보라는 거다. 이제 그만하자. 그만큼 망나니 개춤췄으면 됐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의 무게를 한껏 낮춰 표현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피해갔다. 이에따라 검찰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의 영장 재정구 칼날까지도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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