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 개발 50년 숙원 풀린다...공공주택 1200가구 공급

이준섭 / 기사승인 : 2020-01-20 17: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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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서울시, 상생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 제시, 개선 계획 발표

 

▲공공주택단지로 탈바꿈할 영등포 쪽방촌 조감도. 왼쪽 3개 건물이 민간이 개발할 주거상업단지, 오른쪽 2개 건물이 공공이 개발할 영구임대주택과 행복주택. [제공=국토부]

 

[데일리매거진=이준섭 기자] 서울의 번화가와 어울리지 않는 영등포 쪽방촌 거리가 재개발 된다. 거주민이 쫓겨나고 새로운 주민이 들어서는 기존 주거환경 개선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영등포 역 건너편에 50년 동안 존재해 오던 쪽방촌이 새로 탈바꿈하면서 도시 재생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영등포구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20일 발표했다. 이날 사업시행자로 참여한 영등포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쪽방촌 정비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이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정비되면서 지금까지처럼 쪽방 주민이 다른 곳으로 몰려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껴안고 가는 새로운 방식의 쪽방 정비사업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1970년대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이 대거 몰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불량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360여명이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 지역의 개발은 영등포와 서부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영등포 쪽방촌 선이주 선순환 개념도. [제공=국토부]


이번에 시작하게 되는 정비사업은 쪽방촌 주민과 지원시설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등포 쪽방촌 일대 1를 정비해 쪽방 주민이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총 1190채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정비사업의 사업 구역은 2개 블록으로 이뤄진다. 1개 블록에는 기존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370채와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채를 짓고 나머지 블록은 민간에 매각해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 분양주택 600채를 공급한다.

 

영구임대 단지에는 쪽방 주민의 자활과 취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가 설치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그간 주민들을 위해 무료급식과 진료 등을 제공한 광야교회,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등 각종 돌봄시설도 이곳에 재정착한다는 것이다.

 

행복주택 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과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된다.

 

여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영등포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 시행자로 참여한다.

 

사업비는 토지 보상비 2100억원을 포함한 총 2980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지의 40%가량은 국공유지로 파악됐으며, 국토부는 사유지에 대해선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정하게 보상할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사업기간 쪽방 주민과 돌봄 시설이 지구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 선()순환'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먼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주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이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사가 끝나면 돌봄시설과 함께 영구임대로 함께 이주시키는 방안이다.

 

영구임대 입주가 완료되면 이주단지를 철거하고 그 단지가 포함된 나머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변 지역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래 주민과 새로 들어올 주민이 함께 섞여 살아가야 할 형편이라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한 거주 동선과 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결정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쪽방 주민에게는 상당한 혜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역 임대료가 결코 싼 것은 아니다. 현재 쪽방촌 임대료는 3.3단위 임대료로 따지면 월 1020만원 수준으로 강남의 고급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존 쪽방은 주거 면적이 1.656.6인데 추후 조성되는 영구임대는 16. 월 임대료도 평균 22만원이지만 영구임대는 보증금 161만원에 32000원이다. 보증금은 공공택지 이주지원비로 충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열과 단음, 냉난방이 열악하고 화재나 범죄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자살이나 고독사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에선 앞서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됐으나 쪽방 주민 이주대책 문제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개인의 이해관계와 복잡한 개발 방식이 문제였다.

 

영등포구 주민들은 이번 개발 사업으로 오랫동안 낙후돼 있던 영등포구 일대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등은 주민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에 지구지정을 마치고 내년엔 지구계획 및 보상을 진행해 2023년에는 입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역 상가 주민도 단지 내 상가 등지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영등포구에는 영중로 노점정비 사업과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 진영등포로터리 고가가 철거되고 2024년에는 신안산선이 연계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 정비사업은 영등포구가 활력 넘치는 서남권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 영등포구, LH·SH, 민간돌봄시설이 참여하는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 민관공 TF'가 운영된다.

 

다만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와 행복주택, 민간주택을 한 지구에 넣어서 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과감한 '소셜믹스'가 시도된다는 점에서 행복주택과 민간분양 입주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앞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이 염려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성공 여부가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전국에는 영등포를 포함해 10개의 쪽방촌이 있으며, 국토부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적용해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서울에 있는 쪽방촌은 영등포 외에도 4곳이 있는데, 돈의동 쪽방촌은 도시재생사업과 주거복지 지원사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고 서울역·남대문·창신동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서울 이외 쪽방촌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사업방식을 적용하고, 연내 12곳에 대한 지자체 제안을 받아 대상 지역을 선정해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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