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혀, 내년 12월에 실시될 18대 대선에서 여권의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격돌할 지 여부에 다각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특히 여야는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안철수 2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건곤일척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원장이 일약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대선가도에 독주체제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면담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박 상임이사가 우리사회 헌신하면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꽃을 피우면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장출마설이 불거진 이후 쏟아진 국민적 인기에 대해 안 원장은 "제게 보여준 기대 역시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을 향한 변화의 열망이 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신 제 삶을 믿어 주고 성원해 준 분들의 기대를 잊지 않고 제가 아닌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일각에서 안 원장이 박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하고 대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안 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기존 정당체제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은 독자적인 제3의 노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은 젊은 층과 지식인, 특히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폭 넓은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안 원장이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안 원장의 등장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주 체제로 고착 상태에 접어든 현재의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복지노선 확립 이후 10·26 재보선 지원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선다면 한나라당 후보 대 박원순 변호사의 구도가 아니라, 사실상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원장이 박 상임이사 외에 다른 야권세력들과 사전조율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향후 야권 대권주자로 가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대선의 교두보라는 의미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당의 후보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안 원장에 대한 열풍이 기존 정치권의 혐오와 실망에 기인한 것인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친박계 의원은 "안 원장이 대권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지만 '안철수 바람'이 확산되면서 기존 정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여지가 있다"며 "앞으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고 안 원장의 정치 역량에 대한 평가가 나온 다음의 상황이 어떨게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여기다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와 서울시장 보선에서 실패할 경우 대선은 '찾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구도가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훨씬 더 쉽다"면서 "(박 상임이사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상대 후보 1명이 확정된 만큼 한나라당도 후보 선정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원장이 공립대학교의 교수로서 실질적인 선거 지원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 않겠느냐"며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상임이사에게로 옮겨가 (박 상임이사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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