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임기를 1년반 남긴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교체한 데 이어 18일 양승태 전 대법관(63)을 대법원장에 지명하면서 사법부와 검찰의 ‘보수화’를 완결했다.
이 대통령의 양승태 대법원장 지명은 사법부를 확실히 보수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막판에 탈락한 후보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대구·경북(TK) 출신인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지만 그보다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의 2인자’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목영준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법관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약점이었지만, 그가 가진 정치력의 파장을 걱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사를 거듭한 양 전 대법관을 청와대가 끝까지 설득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사법부의 보수화는 오는 11월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시환·김지형 대법관 후임 임명에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대법관은 지난해 8월 퇴임한 김영란 대법관, 올해 5월 퇴임한 이홍훈 대법관, 현재 유일한 여성 대법관인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여성·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이 때문에 이들 5명은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의 후임이 보수성향으로 교체될 경우 대법원의 ‘체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기용된 대법관 8명 전원이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이고,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위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다양성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엘리트 법관 위주로 대법관을 임명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여성 대법관(김영란·전수안)과 지방대(원광대) 출신 대법관(김지형)을 임명하는 등 상당부분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적인 성향의 양 지명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대법관 인사가 기수와 서열, 고위판사 중심으로 짜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장이 가진 인사권이 대법관 다양화를 꾀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대법원 판결들이 급속도로 보수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 ‘양승태 체제’에서 무리한 인사나 판결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에서 전향적이거나 튀는 판결은 나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양 지명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할 때 무상급식 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나중에 무죄 나온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면서 “단순히 그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기보다 정권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안수사 쪽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취임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나란히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한 비장하고 단호한 대처’와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 총장은 “북한 추종세력을 응징·제거하기 위해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수사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력한 공안수사 의지를 밝혔다. 당장 한 총장 취임 후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는 공안통과 정권 맞춤형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이 전진배치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부터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좌익으로 몰아 혼을 내주겠다고 선전포고한 셈”이라며 “총장이 이런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검찰의 수장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검찰 인사는 보수화 자체도 문제이지만, 대통령이 마지막 검찰 인사를 하면서 후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임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 것보다 더 심한 ‘패거리 인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의 속성상 정권 말기에는 퇴임하는 권력에 칼을 겨누는 일이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줄줄이 구속된 게 집권 마지막 해였다. 한상대 총장이 종북좌익세력을 언급하며 ‘충성 맹세’를 한 셈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립서비스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대법관★
ㆍ대법원장 : 양승태 (서울대 법대)
ㆍ대법관 : 차한성 (서울대 법대)
신영철 (서울대 법대)
민일영 (서울대 법대)
이상훈 (서울대 법대)
이인복 (서울대 법대)
박병대 (서울대 법대)
양창수 (서울대 법대)
★신임 법무부ㆍ검찰 주요 간부★
ㆍ법무부 장관 : 권재진 (서울대 법대)
ㆍ대검 차장 : 채동욱 (서울대 법대)
ㆍ대검 공안부장 : 임정혁 (서울대 법대)
ㆍ대검 중수부장 : 최재경 (서울대 법대)
ㆍ법무부 검찰국장 : 국민수 (서울대 법대)
ㆍ검찰총장 : 한상대 (고려대 법대)
ㆍ법무부 차관 : 길태기 (고려대 법대)
ㆍ서울중앙지검장 : 최교일 (고려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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