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3년만에 위법 결론, 고발 빠지는 등 제재수위 낮아 봐주기 논란 예상
SK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에 유감, 필요한 조치 강구" 법적 대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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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 [제공/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은 지주회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SK와 이를 받은 최 회장에게 향후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최 회장이 비서실에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하자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합리적 검토 없이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게 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였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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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최태원 실트론 주식 취득거래 개요 [제공/연합뉴스] |
실제 SK는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 기업가치가 1조1천억원에서 2020년 3조3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SK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와 중국 사업 확장 등으로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내부적으로도 잔여 주식 취득을 '추후 결정'하기로 검토했다.
그러나 SK는 실트론 지분 추가 취득을 포기하고 이 사업기회를 최 회장에게 양보했다.
이 과정에서 SK 임직원은 최 회장의 지분 인수를 돕거나, 실트론 실사 요청 등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경쟁자'들의 입찰 참여를 어렵게 했다.
최 회장에게 잔여 지분 취득과 관련한 자금조달 방법이나 입찰 가격 등에 대해 보고하기도 했다.
회사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가져가게 되는 '이익충돌' 상황이었으나 SK는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실트론 잔여 지분 입찰 참여 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하긴 했으나, 이 절차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형태여서 이사회 승인과는 다르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SK의 사업기회 포기는 최 회장 지배력 아래에 있는 장동현 SK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이뤄졌고, SK는 이 과정에서 사업기회 취득에 따른 추가 이익 등도 검토하지 않았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천967억원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SK가 밀어준 사업기회로 최 회장은 2천억원에 가까운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SK는 제재 결과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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