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순의 시선-review] 도서정가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김정순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8-14 11:46:47
  • -
  • +
  • 인쇄
-"출판계와 서점계, 이에 반대하는 인터넷서점과 소비자단체…독서 관련 시민단체는 빠져"
-"시장 경직으로 신인 작가들은 물론 기성 작가들도 신간을 낼 기회 감소"
-"책과 독서, 문화의 근간이요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 모를 리 없는 문체부"

 
▲사진=김정순 논설위원
최근 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출판계의 공방이 쟁점이다. 2014년 현재의 개정안으로 촉발된 도서정가제 재검토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보완 정책이 출판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문체부가 구성한 개정 협의회는 진전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발표에 비난 여론과 뭇매를 맞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십 수차례에 걸쳐 문체부 주도의 협의회가 진행되었지만 ‘할인 한도를 축소하자’는 출판계와 서점계, 이에 반대하는 인터넷서점과 소비자단체 사이에 간극만 확인해준 모양새로 보이기 때문이다. 협의회 운영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협의회에 소비자단체는 들어가고 독서 관련 시민단체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의 법리를 무시하고 행정 편의주의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출판시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를 방관해 출판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말 그대로 원래 출판사에서 정한 그대로의 가격"
-대형 서점의 할인 공세에 중소형책방 불이익 등 출판 생태계 보호 것이 주목적
-현재 상황은 출판계와 무관하게 범사회적 관심사로 많은 이들 마음 답답하게 해

도서정가제가 도대체 어떤 제도이길래 문체부가 저리 비난을 받고 출판계는 이리도 완강하게 반대를 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서정가제란 말 그대로 원래 출판사에서 정한 그대로의 가격에 책을 팔자는 의미다. 정가제는 2003년 2월 처음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 학습 참고서나 실용 서적은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경우에는 도서정가제 미적용을 허용했는데, 2014년 11월부터는 발간 기간이나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책으로 확대로 범위와 내용이 개정되었다. 개정 법률에는 할인율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정가의 15%(10% 가격 할인, 5% 경제상 이익) 안에서만 할인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대형 서점의 할인 공세에 밀려 중소형책방이 불이익을 받거나 고사하지 않도록 출판 생태계를 널리 보호하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개정 도서정가제도는 3년마다 타당성 검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올해 11월 20일까지 관련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를 유지 혹은 강화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상은 문체부 ‘정가제 완화’, 출판계 ‘정가제 유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며 도서정가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촉발된 배경이다.

어렵사리 정착하고 있는 도서정가제가 자칫 흔들리는 현재 상황은 출판계와 무관하게 범사회적 관심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한강’을 비롯해 작가들도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필자는 출판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유통되는 간행물의 유해성 여부 등을 심의 결정하는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이란 공적 입장을 떠나 독서의 가치를 알고 이를 즐기는 시민으로서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어떠한 경우라도 도서정가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가제 강화라면 몰라도 정가제가 무너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도서의 할인율이 높은 경우, 구매력이 높아져 독자인 소비자에게 이득이라고 한다. 독자에게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넓게 도서 출판의 순환 구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도서의 할인율이 높아질 경우, 그 손해의 폭을 작가 인세에 적용할 수 있게 되므로 인기가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는 등단 기회가 턱없이 좁혀진다.

한마디로 도서 할인율을 확대하면 출혈경쟁이 발생해 출판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형 서점과의 할인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작은 서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디 이뿐인가? 중소형 출판사들은 더 어려워지고, 시장 경직으로 신인 작가들은 물론 기성 작가들도 신간을 낼 기회 감소로 인해 결국 독자들도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독자들의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또 소비자가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책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못 본다는 사실이 여러 설문조사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외에도 정가제 폐지의 경우 그 폐해는 너무 많아 언급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양한 문제가 있음에도 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일까? 이들이 내는 목소리 이면에는 도서정가제가 대형 서점이나 관련 플랫폼, 혹은 대형출판사의 공격적 마케팅에 방해 요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득 도서정가제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정가제 정책을 실천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책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따라서 책을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했던 올랑드의 오래전 연설은 그의 대통령 퇴임 후에도 퇴색하지 않고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고 있어 출판문화산업 발전과 독서 운동이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책과 독서는 문화의 근간이요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문체부에 출판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도서정가제가 범사회적 관심사라는 사실에 입각한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해본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장 · 언론학 박사

※ 김정순 논설위원은 現,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언론학 박사이며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로 (사)한국언론법학회 이사,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한국인터넷융합학회 부회장을 맡고있으며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위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오피니언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