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김태일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8시간 마라톤 끝에도 아무런 합의를 내지 못하고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앞으로 양국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첫 회의를 마치고 나온 유명희 FTA 교섭관이 말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협정개정을 요구하는 미국 측과 효과분석이 먼저라는 우리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미측은 한미 FTA 발효이후 5년 동안 무역 수지 적자(2016년 277억 달러)가 2배로 늘어났다며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정문에 개정(amendment) 또는 수정(modifica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양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공식 요구했다.
특히 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하면서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 교역에서의 무역수지 불균형과 수입품에 대한 세관 당국의 원산지 검증까지 품목별 이슈를 집중적으로 열거하면 ‘즉각 개정’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한미 FTA가 원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對한국 무역적자는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고 올해에도 지난 6개월 동안 30% 가량 감소했다는 수치를 제시하는 등 객관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또한 한미 FTA 효과에서도 상품, 서비스, 투자 등 우리 측이 對美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를 종합해 볼 때 한미 양측에 상호 호혜적으로 이익균형이 맞춰져 있다고 맞대응했다. 따라서 미국측의 일방적 개정에 동의할 수 없으며 “개정 검토 이전에 먼저 양국의 무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객관적으로 조사・평가하는 작업을 양국에서 같이 벌이자”고 제안했다.
▲사진=유명희 FTA 교섭관 [제공/연합뉴스]
■ 김현종.로버트 라이트하이저 美 무역대표부 대표 30분간 영상회 고위급 대면 회의
■ 제이미 어슨, 대표비서실장 등 30여명 참석
■ 한미 FTA 개정 장기전 될 듯
이날 8시1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시작된 특별공동위는 오후 4시15분쯤 종료됐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0분간 영상회의를 시작으로 고위급 대면 회의가 이어졌다. 우리 측에서는 유명희 FTA 교섭관,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 제이미 어슨, 대표비서실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문제로 방한하지 않아, 이번 회의는 결실을 맺기보다 탐색전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의 일정을 정하지 않고 이번 공동위 특별회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내년 초로 예정된 ‘제 5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로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가 대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며 “미국 측 무역적자의 원인을 먼저 따져보는 게 꼭 필요하고 공동 조사에 대한 미국 측 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한국 측 주장을 빠른 시일 내에 깊이 있게 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동조사 제안에 응할 경우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트럼프, FTA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
■ 美, 對 한국적자 2배 이상 늘어났다 불만
■ 韓·美 정상간 입장차 이미 있었던 일
한미 FTA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이미 정상 간에서 확인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하거나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에도 무역 불균형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 한국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불만을 터뜨리며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양국간 호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양국 실무진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꾸려 한미 FTA가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 했다.
결국 미국은 지난달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왔고, 이에 우리 측은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공동위 개최를 앞두고도 지속적으로 한미 FTA 개정을 압박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대북 공조방안을 논의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갑자기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막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해서 한미 FTA를 개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미국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우리 페이스대로 답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한 김 본부장의 설명이 미국의 공세를 방어할 최선의 방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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