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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
경찰은 수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체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국회 일정으로 인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이를 은폐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무겁게 들린다. 특히 불출석 사유서 첨부 여부조차 명확히 소명되지 못한 상황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 집행은 투명해야 하며,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린 순간 정치적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규재 전 주필은 “벌거벗은 행패”라고 비판했고, 진중권 교수도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조차 우려를 표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정치공방을 넘어선다는 것을 방증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찰이 부적절했다”는 자성이 흘러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 위에 서 있다. 공직자가 정권을 비판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공무원법 위반이자 형사처벌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반대자를 제압하는 순간, 다수결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독재로 전락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청법 폐지, 정부 부처 해체 등 최근 잇따른 제도 변화 속에서 권력의 집중과 불투명한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의 체포는 그 연장선에 있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국민은 이미 1987년의 기억을 꺼내 들며 불안해한다.
정권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굳히고 싶다면, 강압적 방식이 아닌 설득과 합리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권력기관의 긴장은 민주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 단순한 교훈을 망각할 때, 대한민국은 다시 과거의 어두운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오늘의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물음을 던진다.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권과 야당, 그리고 권력기관 모두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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