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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세력은 ‘검찰 권력 해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국민의힘이 제기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만에 강제 종결시키고, 숫자의 우세로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175대1이라는 압도적 찬성 속에 78년 헌정사의 산물인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됐다. 표결 직후 환호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국민 위에 군림하던 검찰을 무너뜨렸다”는 자평과는 달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 시스템을 ‘당의 철학’이라는 미명 아래 재단한 모습으로 비쳤다.
헌법은 명시적으로 검찰총장의 임명과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해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을 두도록 설계된 헌법적 질서를 입법으로 지우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법조계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동우회와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들이 공동으로 “헌법상 기본가치를 훼손한 입법권 남용”이라고 규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검찰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정치권이 자의적으로 바꾼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수십 년간 국민과 함께 호흡해 온 국가 사법기관이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급격히 추진하면, 공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로 출범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과연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무부와 행안부의 산하 기관으로 흩어진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속 빈 권력’으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법치주의의 균형추가 무너질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차례 역사를 통해 목도했다.
더욱이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은 검찰청 폐지에 그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안 역시 논란이 크다. 방통위의 현직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해 법까지 고쳐가며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이 “법을 바꿔 사람을 자르는 것은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효율적 방송사업자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권에 불편한 인사를 몰아내기 위해 법 자체를 바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가 법치를 흔들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라져가는 사회주의식 행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준엄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 앞의 평등’이지 ‘법 위의 권력’이 아니다. 다수당이 숫자의 힘을 앞세워 입법을 강행하는 순간,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독재’로 변질된다. 헌정사적 제도를 무너뜨리는 권력의 오만은 반드시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헌법의 최상위 가치로 삼고 출발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정치적 숙청’을 연상케 하는 입법과 개편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된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검찰이나 방통위가 아니라 바로 우리 헌정 질서 자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검찰청 폐지’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과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법과 제도가 권력자의 수단으로 전락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결코 지켜질 수 없다.
정치권이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상대 진영의 제도와 인물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대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제도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법치주의 국가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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