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통위 개편, ‘이진숙 축출법’ 논란에 법치 흔들려

편집국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8 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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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바꿔 사람을 자르는 권력, ‘개혁’인가 ‘혁명’인가”
-헌정 질서의 파괴, 다수의 횡포로 포장된 개혁

*위 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뤄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삼권분립과 권력 견제라는 헌법의 정신이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은 ‘절차의 정당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이어진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법안 처리 과정은 이 헌법적 가치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검찰청은 78년 동안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최후의 법적 견제 장치로 자리해 왔다. 물론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개혁은 필요했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한 것은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폐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절차적’인 개혁이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그 기대를 저버린 채, 수적 우위를 앞세워 헌법에 규정된 ‘검찰’을 역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는 개혁의 탈을 쓴 ‘제도 파괴’이자, 민주주의가 경계해 온 다수의 폭거 그 자체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에 이어 방통위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하는 법안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은 정권 비판적 인사를 제거하기 위한 ‘법 개정의 정치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스스로를 “축출법의 대상”이라고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의 파괴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경고하는 신호다. 법을 바꿔 사람을 자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내일은 또 어떤 공직자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제거될지 모른다.

 

검찰동우회와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은 검찰총장 임명과 영장 청구권을 명문화함으로써 검찰을 정부의 준사법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헌법적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담보로 삼는 위험한 실험이다.

 

국민은 개혁을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민주주의적 절차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방해물’로 간주한 채, 수적 우위를 ‘면허’ 삼아 헌법과 제도를 재단하고 있다. 이는 과거 우리가 극복하려 애썼던 권위주의와 다를 바 없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퇴행이다.

 

정권과 여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 ‘검찰개혁’이고 ‘방송 개혁’인지, 아니면 권력의 도구화를 위한 길들이기인지. 헌법과 제도가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무너질 때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청 폐지’와 ‘방통위 개편’은 단순한 행정 조직의 조정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토대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가진 자의 절제가 있을 때만 유지된다. 절차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파괴다. 국민은 권력의 횡포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헌법과 제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결국 국민의 양식과 역사적 판단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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