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김영훈 기자] 대한민국 자동차산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본사 GM은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에 대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군산 공장 폐쇄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던 한국GM은 최근 3년간 생산 물량 부족으로 인한 조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군산공장 가동률이 평균 20%에 불과해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2조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이어왔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1조94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5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난 몇 년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내려진 것"이라며 "군산공장은 최근 3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 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해고 통보…"최근 3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
위기 내몰린 30만명 근로자들 …비정규직 직원들 보상 없이 거리 내몰려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가 현실화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200여명이 한국GM으로부터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들은 적게는 7년 많게는 20년까지 부당한 처우도 참아내면서 버텨왔는데 '근로계약해지 통지' 문자 한 통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정규직은 퇴직금 외에도 연봉 2.5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별도의 위로금으로 지급되는 반면에 비정규직 직원들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규직 급여의 30%로 받고 일해온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도 맡기 힘든 일까지도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일방적인 해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동안 비정규직 근로자의 설움과 부당한 처우를 참아냈지만 해고 통보에 힘없이 무너지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며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적절한 고용 대책이나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처우에도 이들이 그동안 고통을 이겨낸 것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계유지와 언젠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해왔지만 정작 돌아오는것은 '해고'라는 통보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고 통보를 받은 200여명의 직원 이외에도 협력업체 근로자 수천명이 거리로 내몰릴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뿐만 아니라 부평과 창원에 있는 나머지 공장까지 폐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GM은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장 폐쇄는 근로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 없다. 간접고용 근로자들까지 합하면 무려 3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반적인 생산량 증가에 따라 군산 공장을 포함한 한국 공장 물량은 줄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마음 한뜻으로 GM의 구조조정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사태에 정치권 공방만 난무 …우 "공장폐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군산 살리고 GM 전면 철수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 내놓아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정치권도 분주해졌다. GM이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지 못하고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면, 고용 문제는 정부가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은 GM의 위기를 긴급처방하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은 한국GM 대책반을 가동해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응책에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GM 공장폐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GM은 지난 2002년, 2010년 협약과 달리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고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본사 GM이 세계적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한국GM의 사태는 GM 본사의 탐욕과 금융감독의 방관,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일자리 대참사라고 비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한국GM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에도 불구하고 정부 각 부처들은 그동안 방치했다"며 "과거 정부의 문제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수방관한 국세청과 공정거래 여부를 따져야할 공정거래위원회, 회계관리를 했어야 할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또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해서 철저한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정부의 안이함과 무능함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공장 폐쇄 전 국회를 방문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앵글 사장은 "한국에 남아서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만약 정부가 위기관리를 잘못해서 한국GM이 철수한다면, 관련 종사자와 가족 약 30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될지 모른다. (정부는) 지금 당장 한국 GM 근로자와 군산을 살리고 GM의 전면 철수를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뚜렷한 해법없이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형식적인 위로는 이번 GM사태 문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더 커지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타격까지 …고용ㆍ실업 문제 정치권 이슈로
승부처 꼽히는 호남과 영남 집중 …조배숙 "호남지키기 최우선" 목표
GM 공장 폐쇄 사태로 인해 실생활에 미치는 고용ㆍ실업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고용문제가 자주 거론되면서 민심이 요동치자 정치권과 해당 지자체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GM 위기에 직면한 곳은 6월 지방선거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과 영남에 집중돼 있다. 특히 '호남계' 민주평화당이 민심 잡기 발등에 불이 켜진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평당 조배숙 대표는 "군산이 희생양이 돼 군산 시민과 전북도민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일자리를 지키지 못한 안이함과 무능함을 비판한다"면서 "군산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산 공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남지키기를 최우선 목표로 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