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한나라당이 지난 17일 오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강행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해 달라는 것은 다 해줬다"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비록 협상을 지속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수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열세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의총에 앞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을 교체했다. 강행 처리에 방점을 찍은 처사다.
한나라당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명분삼아 민주당 등 야당과의 '발효 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 안건의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안의 본질보다 명분 쌓기에 혈안이 된 숨은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요구한 '양국 장관급 이상 서면합의서 요구'를 대통령에 대한 결레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결레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집권 여당의 실상이다. '선 발효 후 협상'이라는 괴논리에 부화뇌동하는 김성곤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의 작태도 미칠 노릇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예의만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처사는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대통령의 '선 비준 후 재협상' 제안은 역설적으로 대통령 자신이 비준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잘못된 조항을 손보지 않으면 언제 손보려하는 것이며 손을 볼 수는 있는 것인지 대통령께 묻고 싶다.
만약 정부간 합의가 있다손 치더라도 미국법상 비준안 개정은 미국 의회 승인사항이다. 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고치려 하겠는가. 한마디로 미국의 'ISD 논의 가능성' 언급은 일종의 립서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단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비준부터 시키고 나중에 재협상하자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다.
1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비준안 처리를 지도부에 일임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날 국가경제를 담보로 한·미 FTA를 강행처리한다면 이는 전국민을 상대로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고 가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레로도 못 막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대국민 선전포고 대신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는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국가 경제를 담보를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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