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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
대한민국과 미국의 정상 회담이 끝난 지 이미 며칠이 지났지만, 양국이 실제로 무엇을 합의했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어 루머가 확대 재생산 되는 모양세다. 관세 협상, 전략적 동맹 강화, 경제 협력 등 수많은 의제가 다뤄졌다는 보도만 무성할 뿐, 구체적 내용은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외신을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앞다투어 내놓는다. 대다수 국내 주요 언론들의 호평 속 또 다른 일부의 국내 언론은 “미국의 압박 속 굴욕적 양보”를 강조하고, 미국 보수 언론은 “단호한 리더십 속 공정한 성과”를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과 맥락은 국민에게 온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외교 참사를 거론하며, 동맹국과의 마찰을 강조했다. 그러나 FOX NEWS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덴마크·프랑스·튀르키예에서 벌어진 논란성 사건들을 AP는 ‘결례’라 했지만, FOX는 ‘미국 우선주의의 리더십’으로 보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해석은 정반대였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언론은 ‘굴욕’을, 또 다른 언론은 ‘성과’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프레임’이 아니라 ‘사실’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상 간 합의가 있었다면, 그것은 곧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관세는 기업의 경쟁력과 수출입 구조를 흔들고, 이는 결국 일자리와 가계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협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정부는 “추후 설명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국민은 묻고 있다. “왜 우리가 납세자로서 책임지는 결정의 내용을 며칠째 기다려야 하는가?”
외교는 비밀이 필요하다. 치열한 협상 과정에서 모든 것을 즉시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는 민주국가라면, 합의가 마무리된 순간 최소한의 사실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다른 언론의 단편적 주장 속에서 국민이 길을 잃게 내버려두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FOX NEWS는 미국 대통령의 단호한 협상 태도를 “동맹에게도 책임을 요구하는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역시 지켜낸 국익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양보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협정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공백 속에서 불신은 자라난다.
외교는 본질적으로 힘의 균형과 이익의 계산이다. 때로는 불편한 양보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와 맥락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국민이 알지 못한 채 이루어진 합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불신과 음모론만 키운다. 이번 협상의 내용이 하루빨리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 앞에서 정직하게 설명될 때만이 정부는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외교 무대에서의 결례 논란은 해석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자국민에게 사실을 알리는 문제는 해석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외교의 장막 뒤에서 무엇이 오갔는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주권자로서 배제된 채 남게 된다.
국민은 단호한 협상력도, 우호적 외교적 수사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나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솔한 답이다. 언론이 일방적 프레임을 넘어 균형 잡힌 해석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또한 협상 결과를 국민과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거둬야 한다.
외교의 본질은 힘과 신뢰다. 힘은 협상장에서 필요하고, 신뢰는 국민 앞에서 필요하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국민이 진실을 알 권리를 존중할 때, 외교적 성과도 비로소 국가적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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