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26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서울시장을 필두로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이 각각 선출됐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계층간, 세대간, 이념간 대결국면이 뚜렷했다. 결과는 범야권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자존심을 걸고 뛰어든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정가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정당정치 5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정당정치 세력과 시민사회 세력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를 향한 '시민'의 힘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까지 포함돼 있다. 때문에 선거결과로 인해 한·미FTA 비준, 무상복지 등 이명박 정권 말미의 주요 현안들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 6ㆍ2 동시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의 투표율은 53.9%로 손에 꼽을 만큼 높았지만 평균 70%대에 이르는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특히 18대 국회 개원 후 치러진 7차례 재ㆍ보선의 평균 투표율이 33.6%에 불과하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얼마나 깊은지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10ㆍ26재보선은 달랐다. 26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유권자들의 접속으로 서버가 다운됐다.
또한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10.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6ㆍ2 동시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4ㆍ27재보선 분당을 국회의원선거보다 각각 1.9%, 0.2% 높았다.
오후 들어 투표율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퇴근시간인 6~8시 사이 넥타이부대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았다. 결국 48.6%로 이번 재보선은 마감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치에 냉소적이었던 시민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교육 및 빈부격차,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주택난 등 사회갈등의 심화와 맞물려있다. '승자독식사회'에 지친 시민들에게 '공정사회'를 위해서는 투표가 절대적이라는 절박함을 심어준 것이다. 투표는 민주주의 아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며 유효한 권리행사이기 때문이다.
과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정치에 등을 돌렸던 시민들이 정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투표가 실질적이며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각성 때문이다.
투표율의 고저에 따른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몰두했던 정치권은 긴장해야 한다. 더이상 무책임한 정치를 시민들이 묵과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10월 26일. 시민의 힘이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 역사적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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