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그리스 정부가 부도를 선언하면 유럽 은행과 관련국의 연쇄 파산이 예상되는 등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7월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안이 합의될 때까지만 해도 부도 가능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국제사회가 이제는 그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인식되면서 회생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 여부보다 그 시점이 중요한 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유럽연합(EU) 회원국, 유로존 17개국 중 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라는 정치·경제적 위상을 갖춘 나라의 부도는 그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 파장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부도를 선언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의 파산, 다른 재정위험국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LG경제연구원 유승경 연구위원은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그리스 국채는 담보로서 가치가 없어져 그리스 국채를 갖고 있는 은행들이 곧바로 위기에 놓이게 된다”며 “유럽 은행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은행이 위기에 빠지면 다른 은행들도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로의 부도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민규 연구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신뢰의 상실’ ”이라며 “그리스가 구제받지 못한다면 재정위기 상태에 놓인 다른 나라들도 구제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선진국 수요가 급감하고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선진국 정부가 성장보다 재정 개선에 신경쓸 가능성이 높아 장기 저성장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때보다 외환 건전성은 나아졌지만 외국인 자금의 비중이 높아져 금융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유승경 연구위원은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높아지게 된다”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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