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수첩] 미처리 법안 6700건, 일하는 국회는 언제쯤?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09-10 12: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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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국회의원-정당, 본연의 구실을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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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좌·우파 갈등, 보수·진보 갈등으로 나라 전체가 갈등 공화국으로 변했다"며 "그것이 국회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미료(未了) 안건이 6700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개원한 18대 국회에서 이달 초까지 발의된 법안, 결의안 등 안건은 1만2312건으로 역대 최다이며 17대 국회 7489건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이 중 가결된 안건은 1935건으로 15%에 불과하다. 여기에 부결·폐기·철회된 안건까지 합쳐 어떤 형태로든 처리된 것이 5615건이고, 나머지 절반이 넘는 6697건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등 여야의 기본 입장이 충돌하는 쟁점 법안들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나머지 안건들은 여·야가 조금씩만 마음을 열면 얼마든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 도저히 합의가 어렵다 싶은 안건은 서로 '이견이 있다는 사실에 합의하고(agree to disagree)' 폐기 또는 철회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여·야 또는 의원들 간의 소통이 막혀 의원 개개인의 입법 구상을 혼잣말 주절대듯 쏟아놓은 안건이 쓰레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홍 대표는 마치 나라 전체가 이념에 따라 편을 갈라 싸우고 있고, 그런 모습이 국회에도 똑같이 옮겨온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국민 생각은 다르다. 이 나라 안에서 우리 편에서 나온 의견이면 찬성, 반대편에서 나온 의견이면 반대 식으로 논의의 핵심(核心)은 집어던진 채 오로지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이는 대표적 논쟁장이 정치권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반짝 등장 이후 정치권 한쪽에선 안 원장의 콘서트형 문화 소통방식에 주목하며 그의 스타일을 배우자고 하고, 다른 편에선 좌우 양당 모두에 거리를 둔 안 원장의 중도 노선이 살 길이라는 외침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 대해 국민이 절망하는 근본 원인은 국회가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대사에 대해 서로의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며 합의를 찾아가는 문제 해결능력을 근본적으로 상실했다는 데 있다.

오늘의 정치권이 안철수라는 개인의 한 방 펀치에 휘청거리는 것은 스타일이 낡아서만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요인은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정당이 마땅히 해야 할 일, 국회의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과 정당이 본연의 구실을 잊고 국회 안과 밖, 정당의 안과 밖에서 헛눈을 파는 일이 계속된다면 정치 전체가 통째로 버림받는 사태가 닥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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