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몇몇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야 정치권엔 비상이 걸렸다. 안 원장에 필적할 '흥행 카드'를 찾지 못하면 여야 모두 '안철수 쓰나미'에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지원이 없는 독자 후보의 한계가 점차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 안철수 대항마 찾아라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가히 '안철수 신드롬'이라 할 만한 비상한 상황"이라고 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여·야 후보와 안 원장 간 3파전이 벌어져도 우리가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중도 성향의 젊은 층이 대거 안 원장 지지층으로 옮겨 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시 주민투표 과정에서 정치권의 싸움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과 젊은 세대들이 안 원장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 비서실장인 이범래 의원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다른 당직자도 "정치권 진입 전 '반짝 인기'"라고 했다.
여권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원장이 야권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는 경우다. 정태근 의원은 "안 원장의 지지도가 조금씩 떨어지면 야권에서 단일화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단일화가 되면 한나라당은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당 핵심인사는 "안 원장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면서 "안 원장과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안 원장을 데려와야 한다. 최소한 야권으로 가도록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서울 의원은 "안 원장이 지든 이기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또다시 '제3세력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에 맞설 카드로 '김황식 총리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호남 출신에 안정감과 경륜이 있고 행정·조직관리 능력도 검증된 김 총리가 대항마로 적격"이라며 "김 총리와 청와대 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김 총리 측은 소극적이다.
◆야, 안철수 야권 후보 맞나
민주당 등 야권은 안 원장의 파괴력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우선 "안철수의 '정체'가 뭐냐"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적어도 한나라당 쪽 후보는 아니며 범야권 후보로 보고 싶다"면서 "안 원장이 야권 통합후보를 만들어내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진보개혁 세력은 아닌 걸로 봐야 한다"고 했고, 조국 서울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원장 친구의 다수는 친(親)한나라당 성향"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3자 대결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야권 전체의 힘이 매우 약하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인물 경쟁력은 있지만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강래 이원은 "실제 선거전에 돌입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안 원장이 지금 현실에 집을 짓는 게 아니라 공중에 집을 짓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안 원장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전병헌 의원은 "안 원장이 주장하는 '상식과 비상식'의 틀로는 세상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안철수 현상'을 계기로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재선의 조경태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안씨의 등장은 민주당이 더 이상 한나라당의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뜻한다"며 "민주당은 당 이름만 빼고 제2의 창당을 하는 각오로 대대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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