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값 인하에 '해고' 칼날 휘두르는 제약업계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16 13: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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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생명 '일자리' 위협, 과연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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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정부가 지난주 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약값을 평균 17% 내리는 것을 중심으로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약값의 '거품'을 빼 환자와 건보재정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제조나 마케팅에 치중해온 제약업계의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국민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높은 약값 비중이나, 특허 시효가 끝난 뒤 약값 인하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현실 등을 고려할 때 마땅히 가야 할 정책 방향이다.

예상대로 제약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런데 하필이면 약값인하 철회를 요구하며 앞세운 주장이 '대량 해고'다. '8만 제약인 가운데 2만명이 실직하는 해고사태가 불가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만명'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의 주목을 끌고 정부를 겁박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민의 약값이 연간 2조1000억원 줄고, 건보급여의 약값 비중도 현재의 30% 수준에서 24%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만큼 제약업계는 매출감소와 경쟁격화로 고통받고, 힘든 구조조정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약업계 스스로 이런 과정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기형적으로 높은 판매관리비 축소 등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부터 보이는 것이 순서다.

일자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경영위기가 닥쳤을 때 해고 회피노력을 최대한 기울이고,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해고다. 이를 전면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태도는 지탄받아야 한다.

제약업계만이 아니다. 해고카드를 수단으로 정책 당국을 압박하려는 이익집단은 드물지 않다. 고용없는 성장으로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고 국민의 관심도 고용문제에 집중될수록 압력의 효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용납될 수 없는 태도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 자르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기업문화도 배경에 깔려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일상화 되다보니 경영이 악화하면 기업 편익과 효율성만 고려해 해고부터 검토한다. 해고회피 노력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고 해고를 둘러싼 노사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진중공업 문제도 핵심은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이 의심되는 데 있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해고카드를 내세울수록 국민의 거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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