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8일 아시아 증시에서 유독 한국만 3.8% 떨어지며, 일본(2.1%), 호주·뉴질랜드(이상 2.7%) 등 다른 나라보다 하락폭이 컸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으로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큰 손실을 볼 중국의 증시 하락폭(3.7%)도 한국보다 작았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지수인 VKOSPI가 전날보다 24.5% 급등한 35.3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5월 27일 37.2를 기록한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치였다. 이런 금융 불안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복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원화의 안정성은 38개 통화 중 13위에서 34위로 하락했다.
한국이 유독 국외 경기 변화에 민감한 이유는 개방경제 체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 경제의 금융 개방도가 더 커졌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외환위기 때 금융 부문의 급격한 개방을 내용으로 하는 영·미식 체제가 도입됐다"며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데 선진국처럼 금융 자본거래를 대폭 자유화하면서 위기에 취약한 금융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0%로 대만(32.0%)에 이어 아시아 2위였다.
전문가들은 금융 부문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금융 불안을 막을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 공조를 통해 단기 투기 자금 거래를 규제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달부터 시행된 비예금 외화 부채에 대한 세금을 현행 부채 잔액 대비 0.02~0.2% 수준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GDP(국내총생산) 대비 36%로 아시아 평균(65%)의 절반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추가 확보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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