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경영진 연봉 줄인다고 일자리 늘까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05 1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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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장관 '대기업' 발언, 과연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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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경련 행사에서 "대기업 경영진 월급이 지나치게 많다. 그 돈을 좀 줄여 청년층 고용과 훈련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 장관은 "(대기업들이) 경영진에게 상대적으로 큰 보상을 하고 경력직 채용만 선호하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정부가 대기업들에 청년실업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일자리 만들기에 노력해달라는 주문은 할 수 있다. 손으로 꼽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대기업 경영진 중에는 연봉에 더해 주식옵션 같은 성과보수를 받아 연간 소득이 수십억원, 때로는 100억원을 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극히 일부라고는 해도 대기업의 이런 고액 연봉은 저소득층에게 심리적 좌절감이나 위화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심리적·정서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지 대기업 임원 월급을 줄인다고 해서 실제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액 연봉자 몇 명의 월급을 깎은 액수를 다 합쳐봐야 그 돈이 얼마나 되겠으며, 그 돈으로 청년 일자리를 몇 개나 만들어내겠는가. 정부의 책임자라면 현실적 대안(代案)을 제시해야지,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자신의 입으로 대신 발산(發散)하는 걸로 역할을 다했다고 해선 곤란하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게 만들어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역효과만 낼 뿐이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공법(正攻法)을 펴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효과도 크다. 그게 실물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최 장관이 할 일이다.

최 장관은 올 초에도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하자,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내가 직접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기름값을 내리라고 할 근거를 댈 수 없게 되자 "정유사들이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할인이 끝날 시점을 앞두고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가격을 내렸으니 올릴 때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해달라"며 다시 압력을 넣기도 했다.

그렇게 최 장관이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정유사들 팔을 비틀었지만 우격다짐으로 억누른다고 해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최 장관은 이제부터라도 말은 아끼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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