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國民株)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도 인천공항공사의 일부 지분을 국민주로 매각할 것을 정부 내에서 협의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몇개 공기업의 지분 일부를 국민주 방식으로 서민층에 매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홍 대표는 지난달 13일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시엔 정부·여당 사이에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에서 여러 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두 회사 주식을 국민주로 매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해 공적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원칙에 위배되고, 주식을 싼값으로 팔면 기존 주주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홍 대표 발언으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금융의 경우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3곳이 정부의 진의(眞意)를 확인하지 못해 오는 17일 마감하는 본(本)입찰을 주저하고 있다. 당·정이 사전 협의를 거친 후 국민주 구상을 내놓았더라면 이런 혼선을 일으키지 않고 표(票)를 의식해 즉흥적으로 선심용 정책을 내놓는다는 인상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재집권을 위해서"라는 홍 대표 논리만으론 국민주 구상이 여기까지 굴러오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은 정부가 직접 경영하는 것보다는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로 회사가 훨씬 더 성장한 성공사례를 포스코에서 충분히 목격했다. 대우건설이나 대한통운처럼 '주인 찾아주기' 논리로 섣불리 재벌들에 매각했다가 실패해 다시 국유화나 재매각의 길로 들어선 사례도 경험했다.
정부와 여당은 600여만 서민층에 얼마씩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식의 득표용으로 국민주 구상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국민주로 매각하면 회사가 더 커갈 수 있는 공기업이 어느 곳인가를 따져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세계 72위 금융회사(자기자본 기준)이고,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2위 조선회사이며, 인천공항공사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회사다.
이런 기업들이 국민 주주 중심으로 독립경영하는 것을 전기(轉機)로 삼아 훨씬 더 튼튼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면 나라 경제 발전에도 공헌할 것이다.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공적자금 회수, 기존 주주의 반발 등 매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만 확대해서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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