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가 31일 47개 정부기관으로부터 2010년도 재정사업 2069개의 실적을 보고받아 분석한 결과, 각 부처가 사업성과를 교묘한 방법으로 '뻥튀기'한 사례가 많았다. 허위 보고 사례도 드러났다. 정기국회 예산 심의를 앞두고 예산 확보 경쟁에서 밀릴까 봐 속임수를 쓴 것이다.
◆"목표 526%, 1197% 달성"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한 해 인터넷 해킹과 바이러스 등에 대응하는 '보안침해 안전성 강화' 사업에서 무려 '1197%'의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최근 들어 인터넷 보안 사고가 급증하는데도 방통위가 연간 목표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서 성과를 부풀렸다"고 했다. 방통위가 2009년 '7·7 디도스(DDos) 대란' 이후 해킹·바이러스 관련 예산을 3배 가까이 증액하면서도, 목표치는 전년과 동일하게 잡아 평가서상 점수가 높게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한 해 '우편서비스 활성화 지원 사업'에서 목표 대비 526%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했다. 예산정책처는 "지경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 평가 기준인 '우편사업 경영수지' 연간 목표치를 4분의 1로 대폭 낮춰 놓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북 새만금 방조제와 인접한 군장국가산업단지에는 2013년까지 5430억원짜리 화물용 철도 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산업단지부터 군산 시내 대야역(장항선)까지 30㎞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국회의 재정사업 성과 조사에서 "작년에 철도건설 목표치인 0.8㎞를 100%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2009년에도 "0.5㎞ 목표를 100% 달성했다"고 했었다. 그러나 국회 조사 결과 이 철도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선진국은 체계적 성과관리
작년에 구제역 사태로 홍역을 치른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축방역' 사업 평가 항목에서 임의로 '구제역 발생 여부'를 빼버렸다. 재작년 사업을 평가할 때는 구제역 발생 여부가 지표에 포함돼 있었다. 농림부는 "단순히 구제역 발생 여부로 (2010년의) 성과지표를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소 브루셀라병, 돼지열병 등에 대해서는 "(방역을 잘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비합리적인 평가기준으로 사업 실적을 왜곡한 사례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권익위원회, 소방방재청·특허청 등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예산정책처는 밝혔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 정부는 1970~80년대부터 체계적이고 엄격한 성과 관리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나 한국은 재정 사업 평가가 작년부터 시작됐다. 박용주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은 "꼭 필요한 사업에 돈이 우선 배정돼야 국가 재정건전성도 높아진다"며 "사업 성과 관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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