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정부가 1998년 일본과 맺은 신한일어업협정을 폐기하고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본 자민당 의원 4명의 울릉도 방문에 대응한 울릉도·독도 시찰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도 어업협정을 다시 체결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고, 그 계기를 마련하려면 뭔가 한 번의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으로서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협정을 다시 하자고 주장한다면 뜨끔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일어업협정은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경제수역 설정을 위해 체결한 협약이다. 당시 양측은 각국이 어업에 관한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어업전관수역으로 연안으로부터 12해리를 설정하고, 어업수역 바깥쪽에서의 단속과 재판 관할권은 어선이 속한 국가가 갖도록 했다.
이후 배타적경제수역(EEZ·연안으로부터 200해리) 개념이 국제사회에 통용되기 시작했고, 일본은 1998년 1월 협정을 파기한 뒤 자국 근해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들을 법정에 세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 1998년 8차례의 공식 협상을 거쳐 그해 11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를 신한일어업협정이라고 부른다.
협정은 양측의 경제수역을 연안으로부터 35해리까지로 하고, 그 밖의 해역은 공해(公海) 성격인 중간수역으로 설정했다. 독도 인근 해상은 이 중간수역에 포함된다.
협정의 효력은 2002년 1월22일 만료됐는 데 어느 한 나라가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효력은 자동 연장된다. 이후 일본과 독도 문제로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한일어업협정 파기를 요구가 제기돼 왔다. 독도 해상을 중간수역으로 설정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소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독도 문제가 역사적으로 잘못됐다"며 "1965년 한일협정할 때부터 잘못 꼬였고,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할 때도 잘못 꼬였다.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협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내 의견이지 정부 의견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정부는 한일어업협정이 어업권에 관한 합의일 뿐 독도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없으며, 협정을 파기한다 해도 일본측이 우리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재협상에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어업협정은 영토문제와 관계가 없게 돼 있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협정을 체결하고 꽤 오래됐으니 문제가 있으면 손을 보는 게 맞지만,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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